[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 6일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툴루즈 로트렉 전(展)의 앙코르 전시가 개막했다. 로트렉은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를 수놓은 화가로 꼽힌다. 벨 에포크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이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끝난 1871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14년까지 평온하던 시절을 일컫는다.
영화 '카페 벨 에포크'도 상영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6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 '빅토르'다. 최신 IT 기기에 익숙지 않은 다소 답답한 인물이다. 아내 마리안과의 관계도 위기를 맞는다. 빅토르는 과거를 재현해주는 서비스 업체를 이용해 자신의 젊은 시절을 다시 체험한다. 마리안을 처음 만난 카페 벨 에포크의 기억도 되살린다. 빅토르는 삶의 활력을 되찾고 마리안과의 관계도 회복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재앙이 전 세계를 휩쓴 올해 역설적으로 벨 에포크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인간은 대혼란을 겪지만 지구는 되레 건강해진다고 하니 역설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활동이 줄면서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가 줄었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줄면서 베네치아 운하의 물이 맑아지고 중국 베이징의 대기 질도 개선됐다고 한다. 올해 우리나라의 중국발 미세먼지 피해도 예년보다 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서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영국의 저명한 영장류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86)는 인류가 동물과 자연을 무례하게 대하면서 코로나19라는 질병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벨 에포크라는 용어에도 성찰의 의미가 들어 있다. 인류가 1차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뒤 그 이전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새삼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벨 에포크라는 과장된 미사여구를 갖다붙인 것이다.
지난달 31일 끝난 제41회 서울연극제의 공식 선정작 중 하나인 '피스오브랜드(Piece of Land)'에서도 벨 에포크가 등장했다. 땅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낸 이 연극에서 벨 에포크는 부의 격차가 극도로 확대된 시대로 규정됐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화제작 '21세기 자본'에서 벨 에포크 시대를 역사상 빈부 격차가 가장 극심하던 시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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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달 박사도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난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산림을 파괴하고 생산 과정에서 자연에 큰 피해를 주는 저렴한 음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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