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눈앞에 전 세계 일자리 상황판이 있다. 주가처럼 숫자가 늘면 빨간색, 줄면 파란색이다. 보나마나 요즘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온통 파란색이다. 당장 유럽이 심상치 않다. 유럽연합(EU) 27국에서 올해만 59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13.3%로 4월(14.7%)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우울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전 세계 실업자는 2200만명. 그때보다도 상황이 심각하다.
여기 또 다른 상황판이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4억~8억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이는 전체 노동자의 15~30% 규모다. 트럭운전사와 텔레마케터부터 관세사, 회계사, 세무사까지 90% 이상이 일터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말하자면 두 개의 상황판은 원인이 다르다. 첫번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두번째는 인공지능(AI)이다. 상실되는 일자리 규모나 시기, 업종은 그래서 제각각이다. 확실한 차이는 이것이다. 전자는 '인류의 불행'이며 따라서 '빠른 회복'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 반면 후자는 '인류의 혁신'이며 그래서 '빠른 수용'이 동반돼야 한다는 다수의 동의. 전자의 일자리는 지켜야 하지만 후자의 일자리 상실은 감내해야 한다는 이중적 태도. 다시 말해, 전자는 '가역성'(예전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작용하고 후자는 '비가역성'(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성질)이 작동한다.
문제는 이 둘이 동시 작용하는 경우다. 미래학자인 마틴 포드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로봇의 도입을 앞당길 거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소비자의 패턴을 바꾸면서 '자동화'라는 새로운 문이 활짝 열렸다." 이 동시 작용이 '코로나19 + 인공지능'일지 '코로나19 × 인공지능'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덧셈이든 곱셈이든 인류의 일자리는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였다.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이 현실로 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혁신'이라고 부르면 그것은 '절대선'이 되는 경향이 있다. 컴퓨터 혁신, 디지털 혁신, 모바일 혁신, 급기야 인공지능 혁신까지. 혁신이라는 종교는 선각자가 추앙받고(큰 돈을 벌고) 추종자들을 낳으며(팬덤을 형성하며) 절대적인(시장을 독점하는) 것처럼 비친다. 정말 그럴까.
'혁신'은 의외로 취약한 구석이 있다. 공유(共有) 경제가 그렇다. 우버ㆍ위워크ㆍ에어비앤비 '빅3'의 상황이 영 시원치 않다. 자동차(우버)와 사무실(위워크)과 거주지(에어비앤비)를 공유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빅3는 최근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더니 결국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공유에 대한 거부감은 팬데믹(대유행) 이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버는 25%인 6700명을 이미 해고했지만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다. 위워크는 전 직원의 50% 정도가 감원될 위기에 처했다.
유통 혁신이라는 로켓배송(혹은 새벽배송)도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아파트 문 앞까지 배송되는 과정에서 누군가 치러야 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사람을 갈아넣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도한 노동 강도. 모빌리티 혁신이라던 타다도 결국 '새드엔딩'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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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혁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환호할 일은 아니다. '나쁜 혁신'은 일자리를 파괴하지만 '착한 혁신'은 일자리를 확장한다. '나쁜 혁신'은 가치충돌을 유발하지만 '착한 혁신'은 가치창출을 꾀한다. 바이러스와 인공지능의 급습에 허둥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착한 혁신'이다. 일자리를 확장하고 가치를 창출하며 희망을 주는 그런 혁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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