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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사회에 보탬 되는 참된 예술가 될 수 있게 살펴달라”…눈물로 선처 호소

최종수정 2020.05.29 11:56 기사입력 2020.05.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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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한 조영남.

2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한 조영남.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대작(代作) 그림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조영남(75)씨가 28일 열린 상고심 공개변론 최후진술에서 “사회에 보탬 되는 참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살펴달라”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 등의 상고심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오후 4시까지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주심인 권순일 대법관이 그동안 진행된 사건 경과를 간단히 정리해 낭독한 뒤, 검찰 측이 공소사실의 개요와 사건의 쟁점, 상고이유를 밝혔다.


이어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답변에 이어 양측을 대표해 나온 전문가 참고인의 의견진술과 참고인에 대한 양측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이후 검찰과 변호인의 최후변론에 이어 피고인 조씨의 최종진술로 마무리됐다.


◆각각 1심, 2심 판결 논리 강조한 검찰 vs 변호인=검찰 측은 조씨가 다른 사람을 시켜 그린 그림을 마치 자신이 전부 그린 것처럼 속여 판매했기 때문에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림을 대신 그려준 송모씨 등을 단순히 기술 보조 역할을 맡은 ‘조수’로 볼 수 없고, 독립적인 ‘작가’로 봐야하며, 조씨가 판매한 작품들이 제작되는 전 과정에 조씨가 참여한 친작(親作)인지 여부는 조씨의 그림을 구매하는 구매자들이 구매 여부나 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 본질적 요소이기 때문에 사전에 전적으로 자신이 그린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결국 그 같은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형법상 사기죄 성립에 필요한 부작위(무언가 해야 될 것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에 의한 기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조씨의 변호인은 화투를 소재로 한 그림의 아이디어는 조씨의 고유한 창작물이며 송씨는 단지 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 즉 ‘조수’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주장하는 고지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 부작위한 기망행위도 없었다는 게 조씨 측 논리다.


◆엇갈린 전문가 참고인 의견진술=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온 신제남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은 “회화 등 미술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오로지 본인이 전 과정을 거쳐 이뤄내는 창작활동”이라며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고, 가수 활동으로 바빠 따로 미술을 공부할 시간도 많지 않았던 조씨가 전문작가를 조수로 고용해 아이디어만을 주고 자신의 그림을 그리게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방송 등을 통해 공개된 조씨의 작업 모습과 관련 “작가가 프레임, 즉 액자에 그림을 넣고 작업을 하는 경우는 없다”며 “이미 액자에 넣은 그림을 손볼 필요가 있을 때는 당연히 액자에서 빼내서 그리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방송에서 본 조씨는 이젤 위에 프레임을 꽂은 상태로 작업을 하는 모습이 여러번 확인됐다”며 “이는 다른 사람의 그림에 약간의 가칠이나 서명만을 하고 마치 자기가 그린 것처럼 쇼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신 이사장은 “조씨가 가수활동을 통해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약간의 가필을 한 작품을 마치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고가에 판매하는 것은 오랜 시간 미술을 공부하고 작품활동을 해온 사람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씨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표미선 전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작가들이 한정된 시간에 작품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때 조수들을 고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씨의 작품 활동은 작업 방식에 있어 사실적 작업보다는 개념적 작업에 가깝다”며 “15~16세기 초상화 그림이 주가 됐던 때와 생각 혹은 개념의 작품 활동이 가능해진 현대미술과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후변론 나선 검사장과 국선변호인=검찰 측 최후변론에 나선 노정환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검사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피고인이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어떻다거나 바빠서 조수를 사용했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안의 본질은 조수가 그린 그림을 마치 본인이 그린 그림처럼 판매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조수가 아닌 대작화가가 그린 그림을 10만원에 사서 1000만원을 받고 판 것이 사기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노 검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조수를 사용하는 것이 미술계 관행이라는 그의 말은 많은 예술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며 “만약 피고인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또 다른 연예인 혹은 정치인, 재력가 등 유명인들이 자신의 부와 명성을 이용해 고수익을 올리는 폐단을 막을 수 없고 화가들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노 검사장은 “피고인에게 고가의 대금을 주고 그림을 구입한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와 한국 미술계의 질서유지를 위해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씨 측 최후변론에 나선 김승남 변호사는 우선 검찰 기소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검찰은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사기죄의 공범에 해당되는 조수 송씨 등은 피의자로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며 “물론 검찰에게 기소를 하고, 안 하고 재량이 있지만 이는 소추재량의 남용이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공소장에 적시도 하지 않았다”며 “미술계의 실정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불명확한 고지 의무를 기초로 지나치게 형벌권을 확대했다”며 “이로 인해 부진정 부작위범의 가벌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조수를 고용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이 우리나라에서만 사기죄로 처벌받는 이상한 상황이 돼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후진술 위해 준비해온 편지 읽다 끝내 울먹인 조씨=최후진술에 나선 조씨는 “먼저 지난 5년간 이런 소란을 일으킨 것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는 “저는 평생 가수생활을 해왔지만 한편으론 용문고둥학교 때 미술부장을 지냈을 만큼 미술을 좋아했고 50년 넘게 그림, 특히 현대미술을 독학으로 연구한 끝에 광주 미술 비엔날레, 예술의 전당, 성곡미술관 등에서 40회 이상 전시회를 가지며 ‘화투 그리는 화가’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조씨는 “앤디 워홀이 평범한 코카콜라병으로 성공한 거에 착안해서 (화투 그림을) 팝아트로 옮겨낸 것”이라며 “조수도 기용하게 됐고,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TV로도 보여줬다. 작업방식을 누구에RP나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씨는 “음악과 미술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았다.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음악에서는 음정, 박자 등 엄격한 규칙과 형식이 요구되는데 반해 미술은 놀랍게도 아무런 규칙, 방식이 없다”며 “현대 미술은 100% 창의력과 자유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림을) 캔버스에 그려도 되고, 액자를 껴서 캔버스를 주문해도 되고 아무 상관이 없다. 그리는 방식에는 제한이 없다”며 “화투 그림마다 붙여진 제목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저의 미술은 개념 미술에 가깝기 때문에 그림을 잘 그렸느냐 못 그렸느냐 논란을 벌이는 건 옛날 사진기가 개발되기 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조씨는 여러 해를 거쳐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느꼈던 소회를 밝히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5년간 저의 사건을 통해서 직접 체험해본 저의 느낌은 대한민국 법체계가 너무도 우아하고 완벽하다는 것이었다”며 “남은 인생을 갈고 다듬어 더 많은 겸양을 실천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참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살펴주시기를 우러러 청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 “오늘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대법관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옛 어른들께서 화투를 가지고 놀면 패가망신 한다고 그랬는데 제가 너무 오래 화투를 갖고 놀았다 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씨는 “부디 제 결백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는 말로 최후진술을 마무리했다.


조씨에 이어 최후진술에 나선 조씨의 소속사 대표 겸 매니저 장모씨는 “선생님은 노래하는 거보다 그림 얘기하고 그리는 걸 더 좋아하셨다”며 “억울한 일 없이 잘 마무리되도록 현명한 판단 바라겠다”고 말했다.


권 대법관은 “선고기일은 따로 결정해 통지하겠다”고 말한 뒤 공개변론을 마무리했다.


조씨는 2009년부터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 송씨에게 1점당 10만원씩 돈을 주고 자신의 기존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그려오게 하거나, 기존 자신의 그림을 그대로 그려오게 하거나, 자신이 얘기하는 아이디어를 듣고 그림을 그려오게 한 뒤 이 중 21점의 그림을 총 17명의 피해자에게 팔아 1억5355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조씨가 다른 사람을 시켜 그린 그림을 마치 자신이 전부 그린 것처럼 속여 판매했기 때문에 사기라고 결론 내리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조씨와 검찰 양측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는 조씨가 단지 기술 보조자들을 이용한 정상적인 작품 활동을 한 것으로 판단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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