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긴급재난지원금? 그게 뭐요" 지원금 사각지대 노숙인들 한숨
노숙인들, 긴급재난지원금 제도 대부분 몰라
일부 거주지 불분명 주민등록증 말소 등 이유로 지원금 못받기도
홈리스행동 단체 "노숙인들 지원 대상서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그거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 일대서 만난 노숙인들은 "긴급재난지원금 수령을 했느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아예 "그런거 모른다"고 답하거나, "나라에서 돈을 정말 주느냐", "나는 트라우마가 있어 집에 못간다. 나 같은 경우는 누가 받아주냐"라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한창이지만, 노숙인들에겐 지급 장벽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인들은 노숙 지역과 주민등록지가 다른 경우가 많아 지원금 신청 단계부터 어려움에 직면한다. 또 주민등록증 말소 문제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17년 전 사업 실패로 거리를 전전하게 된 60대 남성 노숙인 A씨는 "노숙인에게 집이 어디 있냐"며 "집이 있어도 당장 10원도 없는데 무슨 수로 집을 찾아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서울역에 사는 사람들 다 집이 없거나, 있어도 못 돌아가는 상황"이라며 "국민 다 받을 수 있다고 했으면서 우리는 국민도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올해로 3년째 서울역에서 지내고 있다는 노숙인 B(51)씨는 "원래 집은 부산이다. 멀리 떠나오려고 서울역으로 왔다"며 "이제는 서울역이 집인데 거주지 문제 때문에 지원금을 못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가까운 사람도 다시 돌아가지 않을 마음으로 집을 나왔는데 40만원 받겠다고 집에 돌아가겠냐"며 "살았던 동네에 가는 건 심적으로도 크게 부담되는 일이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지원금 못 받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15년 전 집을 나왔다고 밝힌 C(56)씨는 긴급재난지원금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그게 뭔지 모른다"며 "아예 들어본 적도 없다. 돈을 누가 준다는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사업 실패로 23년 전 집을 나왔다는 D(63)씨는 "주민등록증이 말소돼서 받지 못했다. 다시 살리면 받을 수 있다는데 내 주소지가 밝혀지면 은행, 사채업자들이 집에 찾아갈 게 뻔하다"며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도와주는 사람들(단체)이 우리도 받을 수 있게 노력을 하고 있다는데 공무원들조차 모른다, 안된다고 하는데 이게 될 리가 있냐"며 "국민 다 준다면서, 우리는 국민이 아닌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 인근에서 만난 한 노숙인. 그는 긴급재난지원금 제도가 노숙인들을 위한 설명도 없고, 결과적으로 노숙인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토로했다.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노숙인을 돕는 시민단체는 긴급재난지원금 제도에 있어, 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지원금 수령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홈리스행동 등 노숙인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9∼10일 긴급재난지원금 현금지원 대상자가 아닌 노숙인 102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 조사에서 77.5%가 지방자치단체 재난 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주소지가 현 거주지에서 멀어서'(27%), '신청 방법을 몰라서'(26%), '거주불명등록자라서'(23%) 순으로 집계됐다.
8년 전부터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는 60대 여성 노숙인은 "재난금인데 왜 요구 조건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거리 노숙자 전부가 하루하루 힘들어서 버티고 있다"면서 "나라에서 준다는 기본 복지조차 받을 수 없어 속상함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다 받을 수 있다는 거 우리는 왜 받을 수 없냐. 우리를 좀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근처에 있던 50대 노숙인은 "신청 기한 이내로 복잡한 절차가 해결될지 모르겠다"며 "못 받을 거 같다.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빈곤사회연대·홈리스행동 등 4개 노숙인 인권 단체는 지난 11일 서울역 광장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 노숙인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세부 지침을 개선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단체는 "공인인증서나 신용·체크카드, 휴대전화 사용이 어려운 노숙인들에게는 현장 신청이 유일한 창구"라면서 "그러나 노숙 지역과 주민등록지가 다른 데 교통비가 없어 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숙인들이 지원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를 제공하고, 선불카드나 지역사랑 상품권이 아닌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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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코로나19발 생계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대책에서 정작 가장 가난한 노숙인들이 배제되고 있다"며 "노숙인들에 대한 차별 없는 재난지원금 보장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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