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첫 재판에서는 친문 핵심 인사들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을 무마하기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구명 활동을 했는지가 재차 드러났다.


그런데도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전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일부 관련자들은 기소되지 않았다.

같은 구명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위법한 행위지만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경수 경남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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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인사들로부터 구명 민원… 심리적 압박 받아"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지난 8일 열린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는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던 2017년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총괄한 인물이다.


이 전 반장은 검찰 신문을 통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천 전 행정관으로부터 구명 민원을 핀잔조로 받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천경득이 유재수를 살려야 이 정부에 도움이 된다. 봐주면 안 되냐'고 수차례 말한 것이 맞냐"고 묻자 그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취지였고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날 신문 과정에서는 김 지사와 윤 전 실장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 활동을 펼친 사실도 간접적으로 언급됐다.


이 전 반장은 검찰 조사 때 “당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수석님(조국)에게 ‘유재수 건으로 많은 사람이 전화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는데, 이 같은 진술 내용이 사실임을 다시 확인해준 것이다.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지사와 윤 전 실장은 백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며 "지금 감찰을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백 전 비서관은 "유재수를 봐 달라"는 김 지사 등의 메시지를 조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


결국 백 전 비서관은 이러한 구명 활동이 문제가 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돼 이날 조 전 장관과 함께 법정에 섰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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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구명 활동인데… 김경수·윤건영 등은 불기소 =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의 기소 당시 똑같이 구명 활동을 벌인 김 지사나 윤 전 실장, 천 전 행정관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감찰 라인, 즉 민정수석실에서 벗어난 외부 인사로 직권남용 혐의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그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할 때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직권남용 범죄가 성립하려면 해당 공무원이 저지른 행위가 주어진 직무상 권한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남용할 직권이 없으니 당연히 남용이 인정될 수 없다는 의미다.


김 지사 등은 이러한 법리 해석의 문제로 기소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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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할 법이 없어 법정에 못 세워 = 법조계에서는 당시 검찰이 여러 법리 검토를 통해 김 지사 등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를 살폈을 것으로 분석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당시 검찰 수사는 여권을 향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며 "당연히 김 지사 등 친문 핵심 인사들도 위법 행위가 발견됐다면 기소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을 우선적으로 검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6조 2항)는 공무원에 대해 그 직무상의 행위를 강요 또는 조지하거나 그 직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했을 때 성립하며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된다.


김 지사 등은 공무원(백 전 비서관 등)에 대해 그 직무상의 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강요' 개념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측면이 있어 범죄 성립 여부가 다른 범죄에 비해 다소 불명확하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검찰 역시 친문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이같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따르는 죄명을 적용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적용도 검토됐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업무방해죄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성립되는데 여기서 위력이란 폭행·협박, 사회적 지위에 의한 압박도 전부 포함된다.


김 지사 등은 사회적 지위에 의한 구명 활동이란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업무'에 '공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다. 애초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에는 업무방해 혐의가 아무에게도 적용될 수 없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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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 청탁을 한 여권 인사들을 처벌하려면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야 하는데 공무집행방해의 방법은 폭행, 협박, 위계만 있고 업무방해처럼 '위력'에 의한 경우가 없어 처벌할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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