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 OEM 펀드 심판대에…증선위, 농협銀 제재 다음주 재논의
농협은행 OEM 펀드 제재 여부 20일께 논의…늦어도 내달초 결론
주선인 지위 인정 땐 OEM 펀드 판매사 첫 제재 가능성…법률 소급적용 논란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박지환 기자] 금융당국이 '불법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 판매 혐의를 받고 있는 농협은행에 대한 제재 여부를 이달말 결정한다. 농협은행 제재가 확정되면 그동안 OEM 펀드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판매사에 대한 첫 처벌이 된다. 최근 사모펀드 OEM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향후 금융당국의 관련 규제 강도를 예측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12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르면 20일 농협은행의 OEM 펀드 제재 안건을 논의한다. 지난해 연말 제재 결정을 보류했지만 빠르면 이달말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결론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은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ㆍ아람자산운용에 OEM 방식으로 펀드를 주문, 투자자 49명 이하인 사모펀드로 쪼개팔아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OEM 펀드는 운용사가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의 지시를 받아 만들고 운용하는 펀드로 자본시장법상 금지된다.
금융감독원은 현행법상 OEM 펀드 운용사만 처벌이 가능하자 농협은행을 '주선인'으로 넓게 해석해 징계하는 우회 제재로 선회했다. 공모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팔 때는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펀드 규제를 적용받는데, 주선인인 농협은행이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과징금 100억원을 부과했다. 금감원 판단을 바탕으로 최종 제재를 결정하는 증선위는 농협은행이 주선인인지, 주선인에게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지를 놓고 논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증선위 한 관계자는 "농협은행 제재 결정을 보류하면서 참고하기로 한 소송의 결과가 나왔다"며 "증선위원들이 이 판결을 참고해 이르면 20일 농협은행 제재 여부를 조만간 논의,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증선위는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유상증자 주선인에게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주선인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법원은 주선인에게 해당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가 소송 결과를 농협은행 제재 안건에 참고하기로 한 만큼 주선인 지위 인정시 농협은행이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반면 농협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OEM 펀드의 주선인이 아닐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이 2018년 5월 만들어진 '미래에셋방지법'을 이전 시기에 판매한 펀드에 소급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은 같은 증권을 두 개 이상으로 쪼개서 발행하면 사모펀드 형태일지라도 공모펀드 규제를 적용하도록 한 게 골자다. 투자자 손실이 전혀 없었다는 점도 농협은행은 강조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미래에셋방지법이 나오기 전 판매한 상품에 해당 법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끼워 맞추기' 식 제재나 다름없다"며 "금융당국이 규제 공백의 책임을 회피하고 금융회사에만 책임을 묻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또 품절되기 전에 빨리 사자" 출시 2주만에 100만...
금융권에서는 OEM 펀드 판매사에 대한 첫 제재가 될 수 있는 만큼 농협은행 제재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펀드, 호주 부동산 펀드 등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OEM 펀드 논란에 휩싸였다"며 "금융당국이 OEM 펀드 판매사 제재 강화를 예고한 이후 첫 사례로 여타 OEM 펀드 검사 및 제재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시장이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