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사고 주식팔고, 두얼굴의 외국인
신용등급·금리 높아 인기
4개월 연속 채권 순매수
사상 처음으로 140兆 돌파
주식은 3개월 연속 순매도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박지환 기자] 올 들어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에서 채권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면서 채권 보유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주식 투자는 계속 줄이는 반면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는 1월 이후 4개월 연속 순매수 행렬을 이어갔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4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잔액은 4월 말 기준 140조4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14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말 123조6519억원에서 4개월 새 17조원 늘어났다.
외국인은 지난달 상장채권 9조3210억원을 순매수했다. 만기상환 1조9380억원을 빼면 7조3830억원을 순투자한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 1월부터 채권 순매수 행렬을 이어오고 있다. 1월 6조2110억원이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월 3조4790억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코로나19로 국제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흔들렸던 3월과 4월에는 오히려 각각 7조3990억원, 9조3210억원 등으로 순매수 규모를 늘렸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5조3930억원을 순매도했다. 1월 4080억원 순매수 이후 지난 2월 3조2250억원, 3월 13조4500억원을 매도하면서 3개월째 순매도세를 유지했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이유는 재정 건전성과 같은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양호한 것은 물론 금리 매력도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들은 해외 투자 시 경제 펀더멘털과 신용등급을 중요시하는데 한국 국채는 신용등급이 좋으면서도 금리가 주요국 채권에 비해 높은 편이란 평가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평가 기준 AA로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과 같다.
외국계 은행 한국지점들은 단기차입을 크게 늘리는 방법으로 채권 매수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2020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3월 기타 투자 부채항목에서 차입은 151억달러 늘었다. 한 달 차입 규모로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2월과 비교하면 차입액이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중에서도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 증가액은 141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외환위기 때도 단기차입이 이렇게까지 늘지는 않았다.
한은은 이 가운데 상당액이 외은 지점을 통해 국내 채권투자나 증권사 대출 등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현진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 차장은 "내부적으로 파악해 본 결과 국내은행들보다는 외은 지점들이 주로 차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외화수요를 단기차입을 통해 충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은 지점들은 위기 때마다 한국에서 재정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곤 했다. 현물과 선물환율 차이(스와프레이트)와 내외금리 차를 이용해 재정거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외은 지점은 달러를 조달해 스와프시장에서 원화로 바꿔 국내 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이때 내외금리차와 스와프레이트 차이를 이용해 국공채를 매입하면 최소한의 수익이 보장되는 무위험 차익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없는 순이익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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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은 관계자는 "달러 가뭄이 일어날 때에는 해외에서 더 손쉽게 달러를 구해와 채권에 투자하는 재정거래 형태가 많이 일어난다"며 "달러가 부족할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외은 지점들은 높은 수익을 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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