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의 가을귀]인류문화 속에 녹아든 수학의 원리
에르베 레닝 '세상의 모든 수학'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에서 타노스(조시 브롤린)는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버린다. 우주와 자연의 균형이 인구과잉으로 무너졌다고 믿어서다. 확고한 신념의 근간은 '맬서스주의.' 영국의 인구통계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1766~1834)가 주장한 사회적 수학 모델이다.
맬서스는 인구변화가 영토마다 지수적 증가 모델을 따른다고, 다시 말해 한 해 인구가 각 영토에서 전년 인구에 일정한 비율을 곱한 것과 같다고 봤다. 반면 식량 자원의 증가는 산술적 증가 모델을 따른다고, 즉 한 해 자원은 전년의 자원에 일정 수치를 더한 것과 같다고 했다.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영토당 인구 수는 주어진 영토에서 나오는 자원을 언젠가 넘어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맬서스는 산아제한을 권했다. 하지만 수학적 모델 결과는 현실과 대조할 필요가 있다. 맬서스가 장기적 인구변화를 기술하기 위해 사용한 지수적 증가 모델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모든 지수적 증가는 한계에 다다르게 마련이다. 나무가 끝없이 자라지 않듯이 말이다.
프랑스의 수학교육자 에르베 레닝이 쓴 '세상의 모든 수학'은 인류 문화에 녹아든 수학의 원리를 상세하게 파헤친다. 복잡한 수식보다 역사적 일화와 수수께끼에 집중해 빠른 이해를 돕는다. '맬서스주의'의 오류를 설명하면서는 나그네쥐와 흰담비의 관계를 예로 든다.
나그네쥐 개체 수는 4년마다 급격히 떨어진다. 흰담비는 여우, 갈매기, 흰올빼미 등 다른 포식동물과 달리 나그네쥐만 사냥한다. 포식 의존성이 높아 나그네쥐 수가 감소하면 흰담비 개체 수도 크게 줄어든다. 그래서 살아남은 나그네쥐에게는 다시 개체 수를 늘릴 여유가 생긴다.
이탈리아 수학자 비토 볼테라(1860~1940)는 나그네쥐 개체 수의 요요현상을 양적으로 기술하면서 볼테라 모델을 제시했다. '세상의 모든 수학'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모든 수학적 모델은 대체로 여러 요인, 초기 조건, 과거에 따라 조절되는 계수 사이의 상호의존을 반영하는 미분 체계다. 이를 계산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예측을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계수로 어떤 값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섬세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계산으로 얻은 결과는 항상 정기적으로 현실과 비교해보아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전염병 예측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9월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 수가 같은 해 5월부터 매달 배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신규 확진자가 5월에 250명 나왔다면 6월에 500명, 7월에 1000명 발생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흐름이 유지됐다면 2015년 9월 신규 확진자 수는 1600만명으로 늘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파국은 들이닥치지 않았다. WHO의 대처도 큰 역할을 했겠지만, 무엇보다 전염병은 지수적 증가 모델을 따르지 않는다.
질병이 대규모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기술한 최초의 학자는 스코틀랜드의 수학자 윌리엄 커맥(1898~1970)과 역학자 앤더슨 맥 켄드릭(1876~1943)이다. 이들은 볼테라 모델처럼 미분 체계를 적용하기 위해 집단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눴다.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과 이미 감염된 (전염성이 있는) 사람, 질병에서 치유돼 살아남은 사람 또는 사망자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러스와 접촉한 사람이 질병에 걸릴 확률, 질병에 걸린 뒤 살아남거나 사망할 확률 등을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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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잠재적인 질병 피해자 수가 한계치보다 적으면 질병은 확산하지 않았다. 반대의 경우는 팬데믹(pandemic), 다시 말해 범유행 질병이 됐다. 전염병 창궐 여부가 감염된 사람 수가 아닌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 수에 달린 것이다. 이는 백신 접종 정책을 정당화한다. 에볼라의 경우 백신이 없었기에 환자를 격리하고 의료진을 보호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은 아직 무수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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