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확진자 동선, 성소수자 혐오 부추긴 언론
66번째 확진자 동선 공개
성소수자 출입 클럽 두고 무차별 혐오·비난
논란 조장한 언론 보도도 문제
감염병 전문가 "성소수자 보도 오히려 역학조사 어렵게 해"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주희 인턴기자]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66번째 확진자 A(29) 씨가 방문한 장소가 성소수자들이 출입하는 클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비난하는 혐오 표현이 쏟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아닌, 그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언론이 클럽의 성격을 부각한 보도를 하면서 이들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과 혐오가 이어지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는 이런 현상은 역학 조사에 있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7일 용산구 재난안전대책본부는 확진자 A 씨가 지난 2일 새벽 이태원의 한 주점과 K 클럽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 씨가 다녀간 K 클럽은 방역을 마친 뒤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정보 제공 차원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클럽 측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업데이트된 소식이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라면서 "확진자에 대한 추측성 소문 및 신상 공개 등은 자제해 주길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해당 내용을 성소수자 클럽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보도 직후 뉴스 댓글에는 "성소수자 때문에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 "사회의 악이다","퀴어축제는 대놓고 하면서 왜 숨기나?" 등 성소수자를 향한 원색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확진자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 공개로 인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클럽, 술집 등 집단 시설은 애초에 감염병 우려가 컸던 장소였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굳이 성소수자 클럽이라고 밝혀 논란을 크게 만들 필요가 있나 싶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66번째 확진자 A(29) 씨에 대한 언론 보도와 관련해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8일 성명서를 발표했다/사진=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홈페이지 캡쳐
원본보기 아이콘클럽 성격을 부각한 보도로 논란을 부추긴 언론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일부 매체는 "하필 게이클럽 방문자 확진", "수백 명 강제 아웃팅 되나", "동선 숨길 가능성 커" 등 차별적 단어를 사용해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거나, 성소수자의 약점을 강조한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사용했다.
이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일부 언론이 '게이클럽'을 부각시키고 확진자의 거주지와 직장, 직업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과도한 정보를 담아 기사를 보도함으로써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했다"라면서 "이런 보도행태는 결국 아웃팅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해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을 위축시키고 방역망 밖으로 숨어들게 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에게 사회적 책임을 전가하고 사회에 불안을 재생산한 이번 보도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후퇴시키고 공중보건에도 지대한 피해를 입혔음을 재차 강조한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언론의 보도 형태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확진자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 노출이 역학 조사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7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성소수자가 다니는 클럽이다, 아니다 자체를 공개하는 것이 역학 조사에 있어서 큰 의미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클럽을 다녀갔거나 또 확진자와의 접촉이 우려되는 사람들에게는 장소의 이름만으로 충분히 정보가 전달되는데, 언론에서 그런 부분을 강조한 것이 오히려 역학 조사위원들에게 방해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관련 보도의 사회적 영향력과 파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감염병 도보준칙'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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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감염인'에 대해 취재만으로도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인은 물론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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