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비율 50% 돌파 시간문제…문제는 원칙
1차 추경까지만 반영해도 국가부채 연말까지 815.5조원
2·3차 포함시 채무비율 40% 웃돌아
재정건전성 두고 전문가 의견은 팽팽
재정건전화법 통과 필요성 제기
숫자 고정 땐 운용 제약 우려도
[아시아경제 주상돈(세종)·장세희 기자]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위기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대규모의 나랏돈이 투입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1차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한 국가채무는 연말까지 815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이미 국회를 통과한 2차와 편성이 예고된 3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채무비율은 40%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부가 재정 집행에 대한 확실한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815조5000억원으로 지난 3월 현재 763조6000억원보다 51조9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1차 추경에 따른 국채발행 부담만 포함된 수치다.
국가채무가 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도 41.2%로 지난해(37.1%)보다 4.1%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 추가로 2차 추경과 3차 추경(30조원 가정)까지 포함하면 국채 규모는 각각 819조원, 849조원으로 늘어 채무비율은 42.9%까지 오르게 된다. 1년 새 이 비율이 5.8%포인트 급등하는 셈이다. 국가채무비율 상승은 국가 신용등급 하락, 원ㆍ달러 환율 상승, 외국인 자본 유출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채무비율 급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재정건전성 우려에도 코로나19 피해 규모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확장재정이 필요하다는 시각과 저성장 시대엔 갚을 여력이 적어져 한국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상황에 따라서는 일시적으로 건전재정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적자재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적 정부지출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미래의 세대도 더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면 미래세대로 부담이 전가된다는 논리는 타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정건전성이 이미 우려할 수준으로 더 이상의 확장재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약 110%)보다 현저히 낮다며 괜찮다고 하는데 5% 넘게 높아지는 것은 상당히 우려할 만하다"며 "2018년에도 국채 이자로 18조원을 냈는데 국채 발행 규모 확대에 따라 이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고 꼬집었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국고채 금리도 낮아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성장률 하락에 따라 실제 부담은 여전히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고채 금리가 낮아져 이자비용이 줄긴 했지만 성장 둔화가 심해져 타격이 클 것"이라며 "성장률이 떨어지면 그만큼 빚을 갚을 여력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고채 금리(3년물) 최저금리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6.800% ▲2008년 금융위기 3.410% ▲2018년 1.781%를 기록하다 전날 0.960%를 보였다.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한 관성적 추경이 편성될 경우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홍 교수는 "정부는 저출산ㆍ고령화 등에 따라 2019년 중기 재정계획 발표 당시 2023년 채무비율이 46%를 넘어 설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는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이를 감안하면 조만간 50%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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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막대한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 채무비율 한도 45%' 내용을 담은 재정건전화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계류 상태다.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이번엔 국가채무비율에 대한 특정 수치를 명시하지 않고, '재정 준칙 가이드라인' 제시 정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건전화법에 구체적 숫자가 기재되면 유연한 재정 운용에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예외 규정이 없을 경우 법을 위반하게 되는데, 매우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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