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화장실 '성 기능 향상' 불법 광고물로 몸살
시민들 "부작용 우려는 물론, 아이들 교육 문제" 우려
서울교통공사 "행위 목격시 제재, 계속될 시 고소·고발"

서울 종로3가역 화장실 뿌려진 불법 성기능 향상 약품 광고물.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서울 종로3가역 화장실 뿌려진 불법 성기능 향상 약품 광고물.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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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민준영 인턴기자] "화장실에서 이런 불법 광고물을 볼 때마다 낯뜨겁죠. 아이들도 왔다 갔다 해서 교육적으로도 안 좋을 것이고, 더군다나 불법 약물일 텐데…"


최근 서울 지하철 6호선 남자 화장실에서 만난 직장인 A(55) 씨는 화장실 이곳저곳에 뿌려진 불법 유해 광고물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성 기능을 향상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해당 광고물에는 '미국 직수입', '정품 허가를 받았다'는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러나 약 효과가 있는지, 또 정식 절차를 밟아 판매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광고물만 보고는 알 수 없다. 또한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다. 광고물에 적힌 핸드폰 번호가 연결이 안되면, 문의할 수 있는 창구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 화장실을 중심으로 불법 성 기능 광고 홍보물이 뿌려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약 효과가 의심되는 것은 물론, 이에 대한 부작용, 화장실을 출입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행법상 광고물 무단 부착 등의 행위는 경범죄 처벌 대상이다. 관련 법(경범죄 제3조 1항 9호)에 따르면 함부로 광고물을 붙이거나 하는 행위를 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화장실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불법 광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화장실 입구에는 역 차원에서 부착한 '유해 광고명함 살포 및 부착 금지. 적발 시 법적 조치하겠다'는 경고문도 있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는 셈이다.


단속의 한계도 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화장실의 경우 광고물을 뿌리는 사람이, 화장실 이용객으로 들어가면 사실상 이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6호선 한 공중화장실에 붙은 '유해 광고명함' 부착금지 경고문.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서울 지하철 6호선 한 공중화장실에 붙은 '유해 광고명함' 부착금지 경고문. 사진=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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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관점에서 잘못된 성 의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성 기능 향상 불법 광고물이 부착된 한 화장실에서 만난 직장인 B(36) 씨는 "아이가 불법 명함을 보면서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길래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들이 있는데도 그저 홍보를 위해 제품을 광고하는 게 교육 차원에서도 보기 불편했다"며 "단속을 철저히 하고 범칙금도 높여야 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청소년들은 불법 광고물을 보고 직접 전화 접촉을 하려는 행위를 보이는 등 화장실 내 불법 광고물에 대한 사회적 폐해가 드러나고 있었다.


중학생 D(15) 군은 "처음에는 광고 명함에 적힌 내용이 무슨 뜻인지도 몰라서 궁금했다"면서 "작년에 친구들이 알려주고 나서 왜 이런걸 화장실에 두고 가는지 이해를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명은 명함을 들고 와 호기심에 전화를 해보려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아동·청소년도 다 볼 수 있는 곳에 광고하는데 우리한테 불법 약품이나 안 팔면 다행"이라고 지적했다.


6호선뿐만 아니라 서울 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 화장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화장실에서 만난 70대 노인은 "이제는 하도 봐서 무감각할 지경"이라면서 "어른들이야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이 어린 학생들이 보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불법 광고물을 휴지통에 버렸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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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불법 전단이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 지식을 주입시킬 수 있어 단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에 호기심이 많을 아동·청소년 시기에 불법 유해명함을 보면 잘못된 성 지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육현장에서만 성교육이 이뤄질 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이어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비상식적인 정보를 갖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청소년기 성에 대한)잘못된 관심을 가지면 정상적인 생활이 안될 수 있다"면서 "그 (광고)문구 하나가 절대적인 영향을 줄 수는 없겠지만 이를 계기로 잘못된 성지식과 가치관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불법 전단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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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불법 명함을 살포하는 사람들을 마주치는 경우가 적어 단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청소 근로자들과 지하철역 직원이 순회하면서 명함을 치우고, 직접 행위를 목격할 경우 제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행위가 계속될 경우 고소·고발 조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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