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난 위성TV '나는 미래다' 제작팀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2000년 3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제3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박현기의 유작. 지문 위에 각자의 주민등록번호가 생겼다 사라지는 영상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이렇게 수많은 인간들이 각자의 '코드'를 지닌 채 태어나고 죽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2000년 3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제3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박현기의 유작. 지문 위에 각자의 주민등록번호가 생겼다 사라지는 영상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이렇게 수많은 인간들이 각자의 '코드'를 지닌 채 태어나고 죽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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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은 인간의 손가락 피부 표면에 나타나는 기하학적 선 무늬다. 배아 14주차에 생겨 24주차에 평생 변하지 않는 문양으로 형성된다. 표피 지문과 진피 지문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표피가 손상돼도 진피는 전과 동일한 표피 지문을 재생한다. 혹여 소실돼도 진피 지문에서 원래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지문학의 창시자인 영국 우생학자 프랜시스 골턴(1822~1911)은 완전한 한 지문에 세부 특징 100~120개가 있다고 했다. 이것이 조합돼 세상에 하나뿐인 지문을 만들어내므로 지문은 사람마다 다른 고유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지문은 결국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고 평생 변치 않으며 사람마다 다르다. 이런 특징으로 공안 형사 업무에서 용의자 신원을 특정하는 열쇠가 된다. 이미 중국 송나라 때부터 형사 소송에서 물증으로 사용됐다. 19세기 말에는 수사ㆍ재판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됐다. 1904년 지문 데이터 수집에 나선 미국 정부는 1911년 이를 하나의 유력한 증거로 채택했다. 1960년대까지는 사람이 직접 지문 무늬를 분류하고 대조했다. 그러나 인력에 의존한 이런 시스템은 지문 카드가 수십만 장 축적되면서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중국 후난 위성TV의 '나는 미래다' 제작팀이 쓴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는 인공지능(AI)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기술 스물한 가지를 소개한다. '나는 미래다'는 후난 위성TV가 2017년 여름 방영한 과학기술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는 그 내용에 미래 철학과 기술 방향에 대한 사유를 곁들여 AI 시대에 요구되는 지침을 제공한다.


중국 공안부 제3연구소의 쉬카이 수석은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이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에 크게 기여한다고 확신한다. 쉬 수석은 사회 공공 안전 및 공안 과학 정보화 분야에서 많은 연구 성과를 올렸다. 그가 속한 공안 과학기술팀은 공안 업계의 많은 핵심 시스템과 장비를 설계하고 연구개발 및 실용화를 추진했다.

[이종길의 가을귀]한물간 지문 수사, AI 더하니 '족집게' 변신 원본보기 아이콘


이 팀의 대표적 성과로는 한층 강화한 컴퓨터 보조 지문 대조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이전까지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은 전문가가 1차 분석하고 분류했다. 지문의 특징과 관련된 소견을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고 그런 지문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지 대조했다. 수작업은 지문의 전체 요소를 비교한다. 하지만 컴퓨터 보조 지문 방식은 지문의 특징만 대조한다. 이는 크게 세 등급으로 구분된다. 1급 특징의 기준은 지문 융선의 유형인 궁상문(Arch), 제상문(Loop), 와상문(Whorl)이다. 2급은 갈고리형, 눈형, 막대기형, 갈림길형 등 지문의 거시적 형태다. 3급은 지문의 미시적 세부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유돌형, 땀구멍형, 주름살형 등이다. 이런 특징 간 조합 및 3급 특징의 전체적 분포 양상 등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지문이 탄생한다.


과거 컴퓨터 보조 방식은 지문 이미지의 해상도가 낮아 3급 특징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부분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다. 이런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따른다. 전문가의 소견을 달아 컴퓨터 시스템에 입력한 특징은 해당 지문의 전체 특징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지문 대조에서 오류가 생기거나 누락될 가능성이 크다. 2004년 3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열차 폭발 테러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스페인 경찰 당국이 제공한 범죄현장 지문에 의거해 미국인 변호사를 범인으로 오인해 체포했다. 세계 각국은 물론 미국 법조계까지 지문 감정의 신뢰도를 문제 삼았다.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저자는 "지문의 제한된 특징을 가지고 일치 여부를 판별하다 보면 착오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된 지문 수가 폭증하면서 비슷한 지문의 숫자도 증가해 착오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방대해지는 데이터베이스도 걸림돌이다. 중국의 경우 지문 데이터 양은 해마다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다. 데이터 양이 늘수록 컴퓨터의 처리 속도는 느려지고 정확도도 낮아진다. 이 때문에 기존 컴퓨터 보조 방식은 한때 DNA, 스마트 화상처리 같은 신기술이 범람하면서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복제가 불가능한 인공 미세지문.[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복제가 불가능한 인공 미세지문.[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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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의 길을 걷는 듯했던 지문 확인 기술은 AI와 만나 새롭게 도약했다. 특징 조합으로 지문 이미지를 추상화하고 묘사하는 기존 지문 대조 작업에서 일부 은폐된 층 같은 얕은 층까지 인식하려면 많은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다. 중국 공안 당국이 2017년 개발한 컴퓨터는 이런 단점을 크게 보완했다. 지문을 보통의 이미지로 인식하고 전체 요소의 특징, 천연의 층별 구조 등에 대한 심층학습 훈련을 거쳤다. 그 덕에 화소와 선 모양은 물론 무늬, 이미지까지 전체적으로 비교 및 식별해낼 수 있다. 컴퓨터가 지문 분석 전문가의 두뇌를 모방해 지문 하나하나의 서로 다른 특징까지 이해함으로써 두 지문이 일치하는지 감정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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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수석은 대량의 컴퓨팅 자원을 마련하고 있다. 조금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다. 공안 분야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슈퍼컴퓨터 센터를 활용하고 AI 기술을 접목해 전통적인 지문 식별 기술에 일대 혁신을 예고한다.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는 그 미래를 다음과 같이 예견한다. "수집된 지문을 전문가가 관여해 분석하는 일은 조만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중략) 대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지문을 사건 해결의 강력한 무기로 삼아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범죄자들이 사라지도록 할 것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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