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판 된 원유ETN, 손발 묶인 금융당국
원유레버리지ETN 재차 경보
다음주 신한·미래 거래 재개
국내 병합제도 없어 최소 3개월
지표가치 0찍으면 상폐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금융당국이 원유 상장지수증권(ETN) 과열투자에 대해 두 번째 경고등을 켰다. 투자자제 요청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비정상적인 거래가 잦아들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투기판으로 변질된 원유시장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금융당국이 추가로 쓸 카드가 뾰족히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음 주 ETN 매매 재개=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27일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과 '미래에셋레버리지원유선물혼합ETN'이 단일가 매매로 전환돼 거래가 재개된다. 유동성공급자(LP)의 추가 물량 공급으로 거래 재개 예정이었던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은 추가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개 시점이 잡히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전날 최고 수준인 '위험' 등급의 소비자 경보를 2주 만에 또 발령했다. 원유시장 급변으로 원유선물 연계 상품의 손실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조치는 모두 꺼내놓은 상황이다. 레버리지 ETN에 대해 단일가 매매로 거래를 전환하고 적정 가치 대비 거래 가격이 30% 이상 벌어지는 상황이 5거래일 이상 이어질 경우 매매거래정지로 전환하는 조치도 시행했다.
그러나 투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신한레버리지WTIETN가격은 지난 9일 2355원에서 22일 695원으로 70.5% 떨어졌고 괴리율은 63.9%에서 1044.0%로 확대됐다. 이 기간 LP는 발행가 기준 약 1조원가량의 물량을 상장해 괴리율 진화에 나섰지만, 원유 가격이 내려가면서 괴리율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결국 방법은 상장폐지뿐?= 일각에선 증권병합(액면병합)으로 동전주로 추락한 ETN 가격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병합이 이뤄지게 되면 심각하게 싸진 ETN 상품에 대한 비이성적인 투자가 제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국내에는 증권병합에 대한 규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지 않을 뿐더러 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아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파생결합증권의 분할과 병합 처리를 하려면 증권 시스템이 필요해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이와 관련한 제도 마련을 위해 검토단계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지표 가치가 0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나올 경우 상장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가 변동성이 커져 지표가치(IV)가 0으로 떨어지면 투자금 전액 손실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표가치는 지수 변동률에 전일 IV를 곱해 정해진다. 지표가치가 0을 찍을 경우 유가 선물지수가 오른다 해도 해당 상품의 지표가치는 계속 0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표 가치가 0을 찍은 증권의 경우 거래소에 계속 상장 상태를 유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발행사가 상장폐지를 요청할 경우엔 그에 맞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멍 드러난 파생상품시장= 현재 투자자 사이에선 ETN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개인들의 돈을 챙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예컨대 증권사가 IV 10원인 ETN을 괴리율로 인해 100원에 팔았을 경우 1주당 90원의 이익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다만 ETN 시장의 괴리율이 LP의 관리 범위에서 벗어나 개인 간 거래에서 비롯된 만큼 시장의 빈틈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ETN 시장 규모가 작아 발행사에 많은 권한을 주기 힘든 점도 있지만 과열된 시장에 대한 대응책을 미련해 놓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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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발행사들이 조기 청산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을 투자설명서에 마련해 놓도록 했다. 이달 초 이뤄진 S&P GSCI 크루드 오일 지수 상승의 3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벨로시티셰어즈 3배 롱 크루드 오일 ETN'과 '프로셰어즈 데일리 3배 롱 크루드 ETN'의 조기 청산이 이러한 경우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시장과 달리 상품에 대한 발행사의 권한에 대한 규정이 없어 조기상환을 시킬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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