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이견에 정 총리까지 호통치자…결국 '전 국민 지급' 수용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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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정세균 국무총리의 호통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끝내 뜻을 굽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하위 70%가 아닌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여당안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다음주 출범하는 '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을 이끌며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홍 부총리의 리더십에 상처가 났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 부총리가 사의까지 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재부 공무원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24일 당정청에 따르면 23일 정 총리가 여당과 대립하는 기재부를 향해 경고장을 날렸고, 기재부는 자세를 낮췄다. 정 총리는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재정건정성을 우려하는 기재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와대와 의견을 나누고 홍 부총리와 상의해 고소득자의 자발적인 기부와 참여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되면 정부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해 밝혔음에도 '당과 총리가 합의한 것이지 기재부는 상관이 없다', '기재부는 입장이 변한게 없다' 등 일부 기재부 공직자들의 발언이 담긴 언론 보도에 격노했다. 정 총리는 지방 일정으로 불참한 홍 부총리 대신 회의에 참석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에게 "저의 뜻을 기재부에 정확히 전달해 달라"며 내부 단속을 지시했다.


이에 기재부는 이날 오후 '긴급재난지원금 보완 및 조속 처리요청'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법률 제ㆍ개정 등 법적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하루라도 빨리 지지급해야 하는 시급성, 정치권에서의 100% 지급 문제 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가 여당안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끝까지 난색을 보였던 가장 큰 이유는 재원을 빚을 내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금하는 데 필요한 예산 규모는 약 13조원이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6일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경안 규모인 7조6000억원보다 약 3조∼4조원이 더 필요하다. 즉 3조원 가량의 추가 재원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 하는데, 3차 추경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국가채무비율 증가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이뤄질 경우 국가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팀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홍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던 비상경제회의를 이어 받아 경제 중대본를 지휘하기로 한 만큼 힘을 실어줘야 한다. 홍 부총리도 경제사령탑으로서 보다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여당안이 수용됐으나 여야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으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은 안된다며 선을 긋는 등 2차 추경안의 총액 규모와 기부금 세약공제시 필요한 세법 개정 등을 요청하고 있다. 여당은 늦어도 29일 전에는 2차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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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여야 합의 지연으로 다음달까지 지급 여건이 불확실할 경우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4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다음달 15일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할 경우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요건이 충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상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은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등에 한해 발동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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