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이야기] 세금으로 우리나라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 이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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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진단과 처방 그리고 퇴치 방법을 제시하라. 풀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이 신종 감염병이 세계 각국과 국민에게 생명이 달린 문제의 풀이를 요구하고 있다. 출제 동기는 인간의 오만함과 무례함이라고 한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학계의 난제보다 훨씬 어렵다. 각국이 최고의 두뇌를 모아 해답 찾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간고사 격인 진단과 처방의 경우 주요 20개국(G20)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만이 일일 발생기준 10여명 수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가히 A+ 점수를 받을 만한 답안지다. 자화자찬이 아니라 영국 BBC 등 유력 언론에서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도 풀고 있는데, 자기 나라는 왜 모범답안을 제시하지 못하느냐고 재촉한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일본이 이토록 헤맬 줄은 미처 몰랐다.

우리나라 답안 작성 실력은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높은 시민의식과 발전된 의료보험체계,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 그룹의 헌신과 열정,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희생과 봉사, 이웃을 배려하는 착한 성품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본다.


우리는 지나쳤지만 이런 조짐은 이미 있었다. BTS가 세계 청년문화의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영화 '기생충'은 세계적 영화제를 석권했다. 코로나19 와중에 실시하고 있는 원격수업과 선거는 다른 나라가 감히 쫓아 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질병관리본부가 문제 풀이를 주도하고 있다면, 세금은 그 뒷마무리를 해야 한다. 세금 역시 이제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도록 요구받고 있다. '각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나누어주어.' 상대적 박탈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을 소득재분배 원칙에 따라 충실하게 거두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세금으로 어려운 납세자를 지원해야 하는, 성격이 다른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감세정책과는 달리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은 그 효과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미적거릴 이유는 없다. 부유층에 감세해주면 그 돈으로 빚을 갚거나 부동산 투기를 하겠지만, 재난지원금을 카드로 지급하면 고스란히 시장에 다시 나온다. 이른바 '분수효과'가 있다. 조세부담률이 20% 정도임을 생각하면 지원금 중 20%는 세금으로 다시 국고에 들어오므로 그만큼 재원 조달에 여유가 있다. 그리고 상위 30%에 속하는 착한 납세자의 기부행렬 동참도 한몫할 것이다. 기부금 세제를 고쳐서 기부자 행렬이 마스크 구매대열 못지 않게 길게 할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자랑하고픈 아름다운 시대, '벨 에포크(Belle Epoque)'가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메리 매콜리프는 나라의 역경이 오히려 낡은 관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향한 열망이 타오르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포연이 자욱한 코로나19 전장에서 잠시 머리를 들고 보니 우리나라 정도만 전진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지난 5000년 동안 온갖 역경을 이겨낸 힘이리라.


진단과 처방이라는 중간고사 문제는 거의 완벽하게 풀어냈다. 백신과 치료제개발이라는 기말고사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것 역시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역량으로 충분히 만족한 해답을 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변 강대국에 치여서 늘 쪼잔하게 살아야 할 것 같았던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스스로 강대국임을 입증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은 세대는 대한민국에서 벨 에포크, 가장 아름다운 시대를 살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세금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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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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