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저는 무사히 임무를 마쳤습니다 힘든 일도 있었고, 기쁜 일도 있었습니다만 그 어느 것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길고 긴 인생이 끝났습니다

저는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반갑고 낯선 얼굴들, 사랑하는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저녁을 먹고


지난여름에 돼지가 우물에 빠졌던 일 따위를 떠올리며

앞으로는 그렇게 살겠습니다

때로는 그곳이 그립겠지요


끝없이 떨어지던 별들의 폭포와 좋은 이웃들뿐이던 콜로니,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빛의 궤도를 계산하던,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랑하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전사들도


모든 것이 고맙습니다


저는 지금 고향 집에 돌아와 친척들을 만나고 어릴 적 지내던 그리운 제 방에 누워 있습니다


아는 얼굴이 이미 아무도 없군요

모두 죽었군요 모두 멀고 먼 친척들이군요


그러나 여러분이 제게 베풀어 주신 배려와 친절에 대해서는 깊고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고마워서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AD

[오후 한 詩] 감사하는 마음/황인찬
AD
원본보기 아이콘


■ 이 시를 읽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시와는 좀 거리가 있긴 하지만, 만약 내가 죽어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그때 문상 온 사람들에게 난 어떤 말을 할까, 그런 생각 말이다. 죽음은 타자의 것이다. 그리고 타자는 말을 할 수 없는 자다. 그런데 내가 그런 타자가 된다면, 내가 내 말을 전혀 전할 수 없게 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슨 말을 할까? 감히 상상이 되질 않는다. 윤리의 극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시는 어쩌면 블랙 유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채상우 시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