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제 부담' 노태우 정부…1990년 '국제노동기구' 가입 추진 보류
외교부 1989년 외교문서 해제…24만쪽 분량
공무원 노조 등 불허, 당시 국내 상황 ILO 기준 위배…정부도 인식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정치적 민주화에 이어 경제적 민주화의 열망이 움트던 1989년 하반기 노태우 정부는 노동문제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태우 정부는 1990년 국제노동기구(ILO) 조기 가입을 유보한 정황이 30년 전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탄생한 노태우 정부는 ILO 가입으로 정치·경제적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31일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 중 1989년 12월에 생산된 ILO 가입 추진 회의록에 따르면 청와대를 포함해 청와대, 총리실, 노동부, 국가안전기획부 등은 ILO 가입 추진이 적절한 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유엔(UN)전문기구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게 가입하지 않았던 기구는 ILO였다.
이정빈 당시 외무부 1차관보는 "국내적으로 노사 분규 문제가 심각히 대두되고 정부도 산업평화 유지에 비중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환경과 연관해 내년 ILO 가입 추진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스스로 ILO가 제시한 원칙에 반하는 법규가 국내에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의록에 따르면 "정부의 전노협, 교원노조, 공무원노조 불허 방침과 국내법상 복수노조 결성 금지 등이 ILO 기본 정신인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노동단체들이 ILO에 이의 및 진정 제기가 이어지고 이에 ILO가 대정부 의견 제출을 요구하고 사실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사례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노동부 역시 외무부와 협의에서 지금 상황에서 ILO에 가입하면 공무원노조, 전교조 등을 인정할 형편이 안돼 곤혹을 치루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전달했다.
대신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적극적 반대 책동이 예상되고 ILO 가입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을 내세우기로 했다. 이 차관보는 "내년 ILO 가입 추진은 득이 안 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며 "노사 문제 안정 되면 가입 문제를 재검토하겠지만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에도 가입 추진은 보류한다"고 밝혔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상반기만해도 ILO 조기 가입을 목표로 적극적 외교를 펼쳤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한국은 1982년부터 옵저버로 ILO 총회에 참석했고, 1991년 9월 남북한 유엔(UN) 동시 가입 후 12월 ILO에 정식 가입했다.
여전히 ILO의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 관련 조항 등 4개 조항은 국회 비준을 거치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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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외교부는 이날 생산 후 30년이 경과한 1989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577권(약 24만 쪽)의 외교문서를 원문해제와 함께 국민에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올해 공개되는 문서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미국 무역통상법 Super 301조 협의 △재사할린동포 귀환 문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협의체제 수립 △동구권 국가와의 국교수립 관련 문서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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