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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은행의 '영혼없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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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영혼없는 자료에 헛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한국은행이 전날 '바젤Ⅲ 규제체계 최종 이행시기 연장'이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보도자료에 대한 금융당국 간부의 촌평이다. 자료 내용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바젤Ⅲ 이행 시기를 종전 2022년에서 향후 2023년으로 1년 연장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번 연장으로 "국내 은행은 규제이행 부담이 완화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서비스 지원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불과 하루 전 금융위원회는 바젤Ⅲ의 핵심인 신용리스크 항목을 앞당겨 도입해 국내 금융회사의 규제부담을 완화하고 자금공급 여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BCBS 결정으로 바젤Ⅲ 중 다른 항목의 이행은 늦춰지게 됐다. 그런데 한은은 이튿날 이 내용을 전하며 오히려 금융지원이 강화될 것이라는 상반되는 해석을 내놨다. 한은의 오버다.


시중은행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단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엄중한 시기에 금융권 현실과는 다소 괴리된 한은 특유의 스타일이 또 한 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낸 바젤Ⅲ 이행시기 연장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서비스 지원 강화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한은이 영문 자료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 은행들이 한은의 금융시장 대응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무성의한 자료에 불만이 터져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면서 은행들도 일제히 고통분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손실 위험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기업어음(CP), 주식 등을 적극 매입해 기업을 살려내야 한다는 정부의 절박한 상황 인식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은 한국은행법을 핑계로 회사채, CP 직접 매입 불가론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앙은행과는 달리 최종대부자의 건전성만 외치며 뒷짐만 지고 있다. 전날 한은의 '황당한' 자료 배포를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이렇듯 땅에 발 붙이지 못하는 한은 특유의 안이한 상황인식이 다시금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기업 하나 도산해야 그제서야 떠밀려서 뒷북 대응 나서는 것 아닐지 불안하다"는 금융당국 간부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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