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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코로나로 촉발되는 기업조직 디지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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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코로나로 촉발되는 기업조직 디지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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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변화는 기술에서 출발한다. 농경기술의 발달로 대규모 공동체가 출현하면서 문명이 형성됐고, 18세기에 실용화된 증기기관으로 촉발된 산업혁명으로 근대사회가 개막됐다. 20세기에 본격적으로 진행된 여권신장도 총과 기계의 발명이 핵심이다. 여성은 평균적 체력에서 남성에 뒤지기에 창, 칼을 쓰는 전투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총을 사용하면 달라진다. 근육질의 천하장사도 연약한 여자가 발사한 총알 한 방이면 쓰러진다. 또한 산업혁명 이후의 작업장에서는 육체적인 힘보다 기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지적 능력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졌다. 또한 임신ㆍ출산ㆍ육아라는 여성 고유의 역할은 사회적 활동의 제약요인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초반에 발명된 피임약과 다양한 가전제품은 이러한 한계를 무너뜨렸다.


1ㆍ2차 세계대전은 여권신장의 기폭제가 됐다. 남성들이 전쟁터로 떠나자 후방에서 여성들이 산업현장에 대거 투입됐다. 과거 남성들의 영역으로 여겼던 항공기ㆍ탱크ㆍ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중공업 분야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신감을 가진 여성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불가피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회적 변화의 단초가 마련됐다. 실제로 여성의 참정권은 1차 대전 이후 독일(1919), 미국(1920), 영국(1928)에서 인정됐고, 2차 대전 이후 일본(1945)과 프랑스(1946)가 뒤를 이었다.

신기술의 확산으로 제품과 시장이 변하지만 사회적 구조의 변화로 연결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쟁이나 전염병과 같은 특수한 상황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 시킨다. 최근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의 방지 차원에서 시행되는 재택근무가 일하는 방식에서 조직구조에 이르는 디지털 혁신의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산업화 시대의 기본적 생산구조는 공간 내에서의 분업이었다. 모터와 엔진을 중심으로 구성된 라인에 배치된 작업자들이 음성과 문서로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정보화 시대에는 이러한 공간적 제약을 탈피하는 기술적 발전이 이뤄졌다. 통신기술의 발달과 컴퓨터의 등장으로 이메일, 인터넷, 화상통화, SNS 등 전(全)지구적 차원에서 의사소통을 진행하게 됐다. 나아가 업무처리를 효율화시키는 다양한 정보기술 솔루션들이 상용화 됐지만 실질적인 도입은 활발하지 않았다. 비대면 방식의 업무진행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기업문화와 사회적 제도의 차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전염병 확산 방지라는 비상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시행되는 재택근무는 기업 내부적인 업무진행 과정이 시공간적 제약을 탈피하는 흐름을 가속화 시킬 것이다. 이는 직접적인 대면이 효과적인 업무는 존속하되 비대면이 가능한 영역이 확대되면서 양자 간 조합에서 효율성의 최적점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전개됨을 의미한다. 물론 사업영역과 조직특성, 기술역량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고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큰 방향은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기업 내부적인 관리구조와 외부적인 제도의 개선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내부적으로 비대면 업무의 확대에 따라서 성과평가, 보상체계 등 인적자원 관리의 전반적인 혁신이 진행돼야 한다. 특히 기업 전반적으로 시간이라는 양적 요소가 아니라 성과라는 질적 요소에 기반한 평가와 보상이 핵심이다. 기업 외적으로는 현재 시행 중인 주 52시간 근무제가 대표하는 아날로그 시대의 양적 규제에서 탈피해 디지털 시대의 유연하고 성과 중심적인 업무체계를 담보하는 노동 관련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다.


20세기 초반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여성들의 군수공장 투입이라는 강요된 상황은 여성들의 사회진출 확대라는 예기치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현재 기업들의 재택근무라는 강요된 상황은 아날로그 시대에 형성된 일터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디지털 전환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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