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회사채시장' 돈가뭄 대기업 '마통'까지 꺼냈다
회사채시장 얼어붙어 자금조달 비상…은행권 한도대출 실제 사용
내달 만기 회사채 6조5495억원, 실물경제 충격 금융으로 전이될 가능성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대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은행 대출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온 대기업들마저 회사채 등 자금시장 경색 조짐이 보이면서 이전에 열어놓았던 한도대출까지 실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달 쏟아지는 회사채 만기로 이른바 '4월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실물경제의 충격이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이달 20일 기준 78조67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72조791억원에서 3개월 여만에 6조6000억원 가량 늘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1월 말 73조8190억원, 2월 말 74조6073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서는 증가세가 가파르다. 20일 현재 늘어난 규모가 1조7819억원으로 2월 한 달간 증가액(7883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1월 한 달간 증가액(1조7399억원)도 웃돈다. 대기업들은 대개 회사채와 같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의 은행권 대출 급증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2018년 1월 74조3313억원에서 2년 만인 올 1월(73조8190억원)에는 5123억원 줄었다.
특히 최근 회사채시장의 급속 냉각으로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리면서 대기업들이 사전에 받아놓은 한도대출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개인의 경우 비상 상황을 대비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놓고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현금이 필요해 마이너스통장에서 실제 대출을 받았다는 의미다.
이미 국내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실적 둔화와 함께 빠르게 악화돼 왔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업의 부채비율은 77.6%로 전년말(75.3%) 대비 2.3%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기업의 비중(12.5%)도 전년말(11.3%)에 비해 상승했다. 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2018년 상반기 9.0에서 지난해 상반기 4.4로 반토막이 났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37.3%에 달했다. 기업 10곳 중 약 4곳은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상태라는 의미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온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으로, 금융투자협회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1년 이래 4월 기준 역대 최대 물량이다. 4월을 포함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38조3720억원에 이른다. 회사채 만기 연장이 불가능하다면 현금을 마련해 채권 보유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정부가 은행권과 공동으로 10조원 이상의 채권시장안정펀드 긴급 조성에 나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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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회사채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도 내 대출을 받았던 것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어느 업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업종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도대출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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