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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염규석 부회장 "재난 위기, 편의점 물류는 생명줄…'공적 기능' 키워야 할 때"

최종수정 2020.03.23 11:35 기사입력 2020.03.23 11:35

제주도 폭설·연평도 포격 사태

유통망·접근성 살려 물품 공급

일본 대지진 때 '라이프라인' 불려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부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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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명진규 소비자경제부장, 정리=임혜선 기자] 유통산업에서 최근 10년간 가파르게 성장한 시장은 편의점이다. 담배, 삼각김밥, 컵라면 정도를 사먹던 편의점은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흡수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25조원을 넘어섰다. 2011년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8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 전국 편의점 수도 2만1000여개에서 4만4000여개로 급증했다. 편의점이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인구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1인 가구 비중이 증가하면서 소비 패턴이 근거리 쇼핑, 소용량ㆍ소포장 등으로 바뀌면서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1989년 구멍가게로 시작한 편의점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어엿한 생활기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매년 성장한 편의점시장도 올해 사정이 녹록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편의점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서 만난 염규석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2월만 해도 편의점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았는데 3월부터는 본격적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법적,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 부회장은 올해 협회의 중점 과제는 '규제 개선'과 '공적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염 부회장은 "성장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위해 다양한 각도로 연구하고 있다"면서 "협회는 편의점 업계가 넓은 인프라를 갖추고 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염 부회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1인가구 증가로 8년새 2배 급성장

백화점·대형마트 불공정 단속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매출 기준' 걸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편의점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편의점 업계도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다른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비교해 매출 감소가 조금 덜한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편의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지만 확진자가 다녀간 점포는 방역조치와 영업중단으로 큰 손실을 입은 가맹점도 있다. 재택근무 확산과 자가격리자가 증가한다면 불안감이 증폭되고 경제활동 제한과 소비심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적 마스크 판매 등 협회 차원에서 편의점의 공적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에서 편의점은 '라이프 라인(생명줄)'이라고 불렸다. 일본의 모든 물류가 망가졌을 때 편의점 물류만 살아있었다. 편의점은 전국 유통망과 높은 접근성 등을 바탕으로 피해 지역에 물품을 공급했다. 국내에서도 제주도 폭설 사태와 연평도 사건이 터졌을 때 편의점들은 움직였다. 편의점도 국민에게 반드시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인구 구조적 측면에서는 1인 가구의 꾸준한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1인 가구 증가는 근린소비와 소량구매, 구매사이클 단축 등 쇼핑트렌드와 패턴을 바꿔놓았다. 이런 변화는 접근성이 쉬운 편의점을 선택하는 구매행동으로 이어지고 각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브랜드 선택 요인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여기에 가맹본부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배달서비스를 도입해 편의성 강화와 참여를 유도하는 '고객관계관리'로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록인(lock in) 효과'가 더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형 유통 채널과 다른 편의점만의 경쟁력은 어떤 것인가.

▲편의점의 가장 큰 경쟁력은 24시간 365일 영업이다. 24시간 영업과 연중 무휴는 단순히 다른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구분되는 편의점만의 업태 특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제한된 영업시간이 판매자 중심이라면 24시간 영업은 소비자 중심이다. 편의점은 '판매자가 정한 시간'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비자에게 시간 제약 없는 쇼핑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차별화된 상품과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도 편의점만의 경쟁력이다. 편의점이 '세련된 구멍 가게' 정도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지만 자동입출금기, 택배, 자동차 보험료 수납대행 서비스, 온라인 구매상품 점포픽업 등 다양한 생활편의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편의점에 대한 인식도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소매점이 아닌 편리한 생활소비거점으로 달라졌다고 본다. 또 한 가지는 뛰어난 접근성이다. 편의점은 아파트, 오피스, 대학가 등 다양한 상권에 분포돼 있고 1층 점포라는 입지 특성이 있다.

따라서 거주자나 근무자, 유동인구 접근이 용이하다. 특히 장애인과 노인 등 생필품 구매조차 힘겨운 이른바 '쇼핑 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근린 쇼핑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미래형은 무인화 아닌 서비스 강화

'없으면 안되는' 생활 플랫폼 지향


-편의점산업 성장에 있어 걸림돌이라면.

▲편의점산업 분야는 가맹사업법과 대규모유통업법 두 분야의 법률 규제를 받고 있다. 가맹사업법은 2002년 11월 시행된 이후 경제민주화와 갑을 문제 등 사회적 이슈가 부각됨에 따라 20여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규제가 강화됐다. 또한 대규모 유통업법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납품업자와 유통업자 간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제정됐다. 그런데 매출액이 1000억원을 초과하는 편의점 가맹본부도 대규모 유통업자로 간주해 이중삼중의 규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법 시행에 따른 보완은 필요하지만 법의 제정 목적과 취지에 벗어난 규제 강화는 편의점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인 매장 등 미래형 매장 추진 현황에 대해 소개해 달라.

▲우선 한국의 미래형 편의점은 무인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둔다. 일부에선 미래형 매장과 무인화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인화는 미래형 매장의 한 부분일 뿐이다.

미래형 편의점의 지향은 '고객서비스 강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은 상품 결제나 상품 정보 등을 제공하고 근무자는 상품과 매장 관리, 고객 응대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협회 회원사들은 단순히 무인화가 아닌 업태의 특성과 매장 규모 등을 감안해 최적화 미래형 편의점 개발에 적극적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일부 편의점에서 AI 로봇이나 생체정보인증, 모바일을 활용한 미래형 매장을 시범운영하고 있는데 기술 발전의 가속화가 이뤄진다면 '상상 그 이상'의 미래형 편의점이 몇 년 안에 등장 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편의점의 미래는.

▲편의점의 미래는 '생활기반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편의점은 어느 유통채널보다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생활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질 것이다. 욕구 충족을 넘어 소비자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만족시키는 상품과 서비스 제공, 공공 기능과 역할 확대를 통한 사회적 인프라로 일상생활에 없으면 안되는 '생활기반 플랫폼'을 지향한다. 섣부른 예측은 할 수 없지만 '없으면 불편한' 정도의 유통채널이 아니라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편의점은 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 편익은 편의점 변화의 최종 목적지라고 할 수 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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