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하룻새 23.25% 급등…배럴당 25.22달러
트럼프 "적절한 때 개입하겠다"
미 사우디와 러시아에 외교력 행사 기대 커져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으로 촉발된 '유가전쟁'에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가 하루 만에 사상 최대폭으로 급반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러시아와 사우디가 미국의 개입에 따라 한 발 물러설지 주목된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3.8%(4.85달러) 오른 25.2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상승률로만 보면 역대 최고치다. WTI는 전날 24.4% 폭락해 200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브렌트유 역시 14.4% 오른 28.47달러에 거래됐다. 우려했던 '배럴당 10달러대 진입'이라는 최악의 전망은 일단 피하게 됐다.

국제유가 급반등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가인 미국이 적극적 개입을 시사한 게 크게 작용했다. 셰일오일 등 자국의 석유 산업마저 한계 상황에 직면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사우디 사이의) 중간 지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그들은 가격과 생산량을 두고서 전쟁을 벌이는데, 적절한 시기에 개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더욱 구체적인 미국의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원유시장 안정화를 위해 러시아와 사우디 양쪽 모두 증산 방침을 철회토록 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펼칠 계획이다. 일단 사우디를 상대로는 증산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생산량 수준을 유지하도록 설득할 계획이다. 특히 미 정부는 사우디의 감산으로 러시아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검토 중인 방안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카드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를 위해 국무부나 에너지부뿐 아니라 백악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우디와의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 반등은 미국의 전략비축유 확대 계획과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차원으로 내놓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미 에너지부는 전략비축유를 최대 보유한도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유가 문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자국 내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생산해왔던 셰일업체들이 저유가로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우디 등에 비해 원유 채굴 단가가 높은 셰일업체들은 유가가 폭락함에 따라 손실을 기록 중이다. 미국 셰일혁명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체서피크 에너지가 최근 국제유가 쇼크로 구조조정 카드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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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의 개입 의지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세는 멈추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원자재 리서치 글로벌 부문 책임자인 제프리 커리는 "유가의 하방압력이 더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유시장 컨설팅 업체인 라이스타드는 유가가 결국 배럴당 10달러 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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