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연기금, 외국인 방어 힘겹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이 본격적으로 '사자'에 나서고 있다. 다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거세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1월20일 이후 전날까지 약 두달간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697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연기금은 국내 증시 폭락으로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된 지난 13일과 전날에 각각 5730억원, 3797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 2조2373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1월 148억원에 이어 2월에도 순매수 규모가 2639억원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증시 낙폭이 커진 이달 들어 본격적인 매수에 나선 것이다.
연기금은 그간 증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분쟁으로 코스피가 1900선 초반까지 밀렸던 작년 8월 추가 하락을 방어냈던 주체도 연기금이었다. 지난해 8월 초부터 연말까지 연기금은 총 6조4800억원어치 주식을 코스피에서 사들이며 지수의 반등을 이끌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이 기간 각각 6조2400억원, 6조2500억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올해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너무 강해 연기금이 지수 낙폭을 줄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9조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파는 등 올해 벌써 12조5100억원을 순매도했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가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매서워 연기금 홀로 주가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선 연기금이 당분간 매수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연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총자산 700조원 중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를 18% 정도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비중 목표가 17.3%로 0.7%포인트 줄었지만 전체 적립금 규모가 늘어 투자액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은 통상 정해진 포트폴리오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는데 주가가 폭락하며 전체 자산군에서 국내 주식의 비중이 줄며 추가 매수 여력이 생긴다"며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국내주식 평가액은 약 132조원으로 올해 목표비중과 비슷하지만 연초 이후 국내증시가 30% 이상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추가 투자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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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한달간 연기금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각각 1조1500억원, 43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네이버(1600억원), 셀트리온(880억원), 고려아연(82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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