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 예상 뛰어넘어…금융위기 때보다 폭 커지자 알수없는 위험있나 의심 증폭
실물 분야서 '인하' 효과 없어…긍정적 영향 대신 비용만 남아

[이종우의 경제읽기]다시 꺼낸 금리인하 카드, 약발 떨어져…재정정책 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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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둔화가 예상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에만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인하했다. 금융위기 이후 11년동안 저금리를 계속해 왔고 상당한 성과도 거둔 만큼 금리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내는 게 당연하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선진국의 시장금리가 다시 낮아졌다. 독일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5%까지 떨어졌는데 지금 독일 국채를 사면 10년동안 이자를 한번도 받지 못하는 건 물론 만기 때에 원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게 된다. 미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한때 0.3%까지 떨어져 과거 최저치 1.3%보다 밑으로 내려갔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금리가 1.3%에 근접한 때가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이고, 또 한 번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결정이 난 2016년이다. 그 때보다 금리가 낮아진 걸 보면 채권시장에서는 지금 미국 경제 상황이 유럽위기 때보다 못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금리 하락을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를 가정해 먼저 움직인 때문으로 해석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Fed가 기준금리를 0.25%까지 내린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2015년까지 7년동안도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당시에는 시장 금리가 1%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만 유독 0%대 초반까지 내려왔는데 그래서 금리 하락을 Fed의 금리 인하 때문만으로 보기 힘들다. 시장은 금리 인하보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을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두 번의 미국 금리 인하는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2월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가 부실화됐다. 이 때문에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자 Fed가 기준금리를 4.25%에서 3%로 1.25%포인트 인하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부도로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10월에도 금리 인하 폭은 1%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은 15일 사이에 1.5%포인트 내렸다. 금융위기 때보다 짧은 시간에 훨씬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리자 사람들은 미국 금융과 신용시장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위험이 발생한 게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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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심은 금리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신흥국 금리 상승과 선진국 하락이 동시에 일어났다. 코로나19로 경기 둔화가 예상되자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을 팔아 선진국 채권을 샀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국채와 회사채 특히 신용도가 낮은 하이일드 채권 사이에 양극화가 나타났다. 미국 회사채 중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에너지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1200억달러 정도 된다. 이들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야 이익을 낼 수 있는데 현재 손익분기점을 훨씬 밑돌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손실이 불가피해지자 미국 하이일드채권 금리가 10%를 넘었다. 2014년 1.3%에 지나지 않던 에너지기업의 부도율이 유가가 떨어지면서 14%까지 올라갔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부실 채권에서 시작된 것처럼 부실한 회사채가 파생상품으로 포장돼 여러 채권펀드에 악영향을 미질지 모른다는 공포도 커졌다. Fed가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린 이유다.

그럼 금리를 내리면 문제가 해결될까? 작년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두 번, Fed도 세 번 금리를 내렸다. 첫 번째 인하 시점부터 따지면 이미 9개월이 지났다. 실물 쪽에서 금리 인하 효과가 나올 때가 됐지만 소비와 투자가 계속 부진해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은 더하다. Fed가 금융정책을 강화할 때마다 주가가 70% 이상 상승했던 과거 예와 달리 작년 금리 인하는 주가를 20% 끌어올리는데 그쳤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3월 인하 때에 일어났다. 금리를 대폭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히려 30% 넘게 떨어졌다. 금리 인하가 실물이나 금융시장 어느 쪽에서도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시장은 금리 인하의 효과를 믿고 있었다.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금리 인하만 하면 정상을 다시 찾을 거란 믿음이었다.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믿음이었는데 이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정책이 한시적이어야 한다. 이 기준이 무너져 저금리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저금리의 긍정적 영향은 사라지고 대신 비용이 남았다. 우선 자산가격이다. 지난 몇 년간 선진국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금리가 낮아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돈을 빌리더라도 비용이 얼마 안든 게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지금은 가격이 떨어지면서 비용감소의 영향은 사라지고 하락의 공포만 남았다. 이자 비용이 0.1% 밖에 안돼도 가격이 5% 떨어지면 실질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5%를 넘는다. 자산 가격이 높아 약간의 외부 충격에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하락 압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금리 인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문제다. 저금리가 오래 계속된 영향으로 경제가 조금만 나빠져도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은행도 금리를 내리는 걸 그다지 고민하지 않는다. 금리를 계속 내릴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명목금리가 0% 밑으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인데 정책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 커질수록 무리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경제의 자생력이 약해진 것도 저금리가 남긴 유산이다. 낮은 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경제 구조가 발생하는 문제를 자기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정책만 바라보는 형태로 바뀐다. 기업도 예외가 아닌데 그만큼 외부 충격에 견디는 힘이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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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시장에서는 언젠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 하락을 지켜봐야만 하는 국면이 올지 모른다고 염려했었다. 이제 그 상태가 됐다. 지금은 어떤 선진국도 금융정책으로 쓸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이 7000억달러에 달하는 양적 완화 계획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금융정책이 소진됐으면 재정 정책을 쓸 수 밖에 없다. 재정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지금은 이를 따질 때가 아니다. 우리도 추경 규모를 먼저 늘리고, 저소득층과 중소상공업자를 위해 재난기본소득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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