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무역금융 증액 와닿지 않아…업종별 맞춤 절실"
"정부, 뾰족한 대책 없다면 노동 유연성 높이는 정책 내놔야"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지난달 판매량이 40% 감소하자 싱가포르시장에 덤핑을 시도했지만 싱가포르가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세계의 항공유 수요가 급감해 원유도, 석유제품도 안 팔린다. 대구·경북 기준 지난달 말 판매량이 40% 급감했고 이달엔 더 심각할 것으로 본다(A정유업체)." "중국 칭다오 공장 파견직원이 자택 격리돼 중국 자재 수입 차질로 국내 생산품의 유럽·미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B건설자재 관계자)." "중국 출장길이 막혀 평소보다 매출이 15% 이상 줄었다(C반도체 장비업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무역금융 증액 중심의 정부 수출 대책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업종별 맞춤형 대책이 절실하고 이마저도 어렵다면 코로나19 이후 수요 회복에 대비할 수 있도록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무역금융에 3조1000억원을 추가해 총 260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수출 기업의 비즈니스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물류·통관 관리 체계를 갖추며 KOTRA를 통해 화상회의를 열어 수출 마케팅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해 상황이 더 심각해졌는데 정부는 종전과 다를 바 없이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을 통한 예산 증액 위주의 지원책을 내놨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수출 채권 조기 현금화 지원 예산 500억원을 추가로 반영하는 데 그쳤다.
이에 수출기업들은 정부가 국민의 부담을 감수하며 재정을 조기 집행한 것은 알겠지만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선박 발주의 90%가 선박 금융을 통해 진행되는데 신용도가 높은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의 보증을 받는 건 좋지만 이자율이 만만찮게 높다"며 "정부의 수출 지원 정책은 디테일이 중요한데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금융권에서 이율이 낮아지는 것도 아닌 만큼 기업이 원하는 디테일을 정부가 제대로 채워줬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자동차, 항공, 정유, 여행업체 등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예산 증액 위주로 수출 지원책을 제시하기보다 기업의 노동 유연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개별소비세를 인하한 것 외에 차 업계를 위해 제시한 맞춤형 지원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예산 증액 외에 당장 뾰족한 지원책을 제시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코로나19 완화 이후 중국 등의 수요가 회복될 때를 대비해 노사 관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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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정부는 무역금융 예산 증액, 유턴 기업 유치 등의 수출 진작 정책만 할 것이 아니라 주 52시간제 적용 유예, 한시적 최저임금 동결, 노동 유연성 강화로 기업의 장기적 기초체력(펀더멘털) 강화에 관한 지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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