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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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달여 넘게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상 속에서 살고 있다. 새 학기에 분주해야 할 어린이집부터 대학교 캠퍼스까지 조용하고, 친구들을 만나서 식사하는 것도, 공연장을 가는 것도 기약 없이 미루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최전선에서 맞서는 의료진들은 물론이거니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소상공인, 시민들의 일상에도 불안감이 높아진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코로나19의 습격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로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시에서 사람들이 밀집해 살면서 과거 소규모 집단생활 내 발병과 달리 오염된 식수나 식품을 매개로 하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파되는 전염병은 매우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도시화가 가져온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 전염병이 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공장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고, 마을 중심에 자리 잡은 대규모 공장과 그 주변의 열악한 노동자 주택들, 오염된 대기와 하천은 시민들의 보건과 위생 문제를 야기하였다. 이에 1848년 영국의 공중보건법(the Public Health Act)은 건물 내외의 채광, 통풍 등을 위해 일정한 공간환경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근대적 상ㆍ하수도 처리시설 설치, 거리청소를 의무화하는 등 도시환경의 필수적 요소와 도시시설 기준 등을 규정했다. 이를 계기로 근대 도시계획법 제도가 성립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한 공간분석을 도시정책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1854년에 영국 의사 존 스노우가 지도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을 시도했다. 1854년 8월, 영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콜레라가 런던 소호에서 발병해 그 지역에서만 600여명이 콜레라로 목숨을 잃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런던의 오염된 공기 때문에 콜레라가 창궐했다고 믿었다. 존 스노우는 콜레라의 원인을 찾기 위해 콜레라가 발생한 소호 지역의 주택을 직접 찾아다니며 지도 위에 콜레라로 사망한 사람들의 집을 표시한 결과,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던 워터 펌프를 중심으로 사망자들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도 위에 표시된 작은 정보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를 가져왔으며 데이터분석을 통한 전염병 관리가 등장한 것이다.


과학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우리의 의학기술은 발달해 하루 1만 건이 넘는 코로나19 진단검사가 가능하며,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GIS 기반의 마스크 지도를 확인하며 마스크 구매 정보를 얻고 있다. 또한 19세기에 존 스노우가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최첨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역학조사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도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현 상황을 보며 우리는 전염병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의 약자들임을 알 수 있다. 수용소와 다를 바 없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 서로 거리두기 또는 일상의 멈춤이 곤란한 열악한 근무환경의 도시근로자들 등이 그들이다. 의학기술이 발달해 암 정복을 꿈꾸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우리들은 생각지도 않게 전염병의 역습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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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검역체계와 의료시스템, 글로벌 차원의 백신공동개발 등 의료협력체계,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정책수단, 전염병 확산과정에서 표출되는 사회갈등 구조 등 폭넓은 이슈들이 논의될 수 있다. 특히, 이 중에서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사회적 약자가 전염병으로 인한 위험도 많이 감수해야 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책을 세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종' 바이러스가 또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불안한 미래와 앞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씁쓸한 미래가 겹치는 모습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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