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첫 사망자 나오자 분위기 돌변…불안 휩싸인 독일 "일단 사자"
감염자 인식에 착용 꺼리지만
마스크·손세정제 연일 매진
독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 생필품에 대한 사재기가 이뤄지면서 프라이부르크 한 드러그스토어에서 손 세정제 판매대가 비어있는 모습. 프라이부르크(독일)=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일인당 세 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어요."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대형 슈퍼마켓업체 '알디(Aldi)' 매장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기자가 방문한 곳은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프라이부르크에 위치한 알디 매장. 가게 문이 열리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뤘다. 오전 8시, 직원이 문을 열자 사람들은 가게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 손 세정제와 알코올 스프레이를 손에 쥐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손 세정제와 알코올 소독제, 소독 티슈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매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계산대에서는 제품을 더 사려는 손님들과 직원 간 승강이도 벌어졌다. 문을 연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제품은 동이 났고 손님 간에 희비가 교차했다.
매장에서 만난 막스씨는 "일주일 전부터 손 세정제를 사려고 했지만 시중 약국은 물론 드러그 스토어인 '데엠(dm)' 등에서도 품절돼 허탕만 쳤다. 알디의 판매 소식을 듣고 출근길에 들렀는데 또 헛걸음을 했다"며 아쉬워했다.
'강 건너 불구경'하다 사재기 기승
매장 오픈 전 줄 서도 '허탕'…장기보관 가능한 식료품 동나
코로나19의 유럽 강타에도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이던 독일은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고 첫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이웃 국가인 이탈리아가 '전국 봉쇄'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10일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는 등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몹시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클라라씨는 "국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지리적 특성상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면서 "겨울철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인근 국가로의 스키 여행이 일상화됐고, 다음 달 부활절 휴가로 국민 대규모 이동이 예상돼 다수의 추가 확진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와 미디어에 따르면 10일 기준 확진자는 1502명, 사망자는 2명으로 집계됐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생필품 사재기도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장기 보관이 가능한 파스타면, 멸균우유, 밀가루, 쌀, 통조림 등은 매장에서 빠르게 동나고 있다.
한국인들이 애용하는 한인마트에도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한인마트인 한독몰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상품 문의는 평소의 5~6배에 달하고 주문량도 4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익일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주문이 폭주하면서 일주일 넘게 배송이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잘 통제되는 한국 더 안전해 보여"
마스크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는 미국 마스크 규격(N95), 유럽 마스크 규격(FFP2) 마스크 가격이 평소 대비 4~5배 뛰었다. 다만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독일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직장인 루카스씨는 "약국의 마스크 품절은 이미 수주 전 일이고 온라인에서 마스크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지만 현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면서 "독일인들은 마스크 착용자를 감염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꺼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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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은 고국 뉴스를 인터넷으로 접하면서 독일보다 한국이 더 잘 통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유학생 김이나씨는 "일주일 전만 해도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걱정하면서 안부 전화를 드렸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한국에서 안부를 걱정하는 지인들의 문자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며 "아시아인에 대한 경계심이 인종차별로 변질될까 봐 두렵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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