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 화폐발행잔액 130조원 돌파
시중 유통현금 10조원 늘어나는데 걸린시간 절반으로 뚝
금리 내려도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한은 막판까지 고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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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시중자금을 어떻게 필요한 곳으로 흐르게 할 것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가계와 기업에 현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심각한 '돈맥경화'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금리 기조로 시중에 돈은 많이 풀리고 있지만, 돈이 도는 속도는 갈수록 느려지고 있어 중앙은행이 추가로 돈을 풀어도 효과가 적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에도 불구하고 우선은 '핀셋 지원'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화폐발행잔액(말잔)은 131조9300억원으로 13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8월 말 120조원을 돌파한 이후 5개월만에 10조원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발행해서 시중에 공급한 화폐 중 환수한 금액을 뺀 잔액으로, 쉽게 말해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금의 규모를 뜻한다.


앞서 화폐발행잔액이 100조원에서 110조원, 110조원에서 120조원으로 늘어나는 데에는 각각 약 15개월 가량 걸렸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현금이 10조원 가량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것이다.

시중에 많이 풀린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도 역대 최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광의통화량(M2)으로 나눈 값인 통화유통속도는 지난해 4분기 0.66으로 뚝 떨어졌다. 통화유통속도는 2005~2007년에만 해도 0.8~0.9 수준을 유지했었고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3년에는 0.76~0.78 수준이었다. 2018년 말에는 0.70으로 하락했다.


결국 통화량에 비해 산업의 생산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원통화 한 단위가 이의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하였는가를 나타내주는 지표인 통화승수 역시 15.64를 기록해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통화승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각 국가의 경제 활력이 떨어져 경제 성장에 필요한 통화적 비용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통화승수는 2008년 3월에 26.89배까지 상승했으나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2013년 7월(20.77) 20배수 아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타격에 돈 풀어야 한다는데…돈맥경화 어쩌나 원본보기 아이콘


코로나19로 전세계적인 통화완화 기조가 나타나고 있지만, 한은이 막판까지도 고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돈이 돌지 않고 고여만 있기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내렸다고 해서 선뜻 따라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필요한 곳을 타깃으로 삼아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와, 일단은 절대적인 유동성을 늘려놔야 돈이 돌 수 있다는 논리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현재로선 시중에 풀려있는 현금의 흐름을 (생산성이 있는 쪽으로)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방안은 없다"며 "부동산으로만 자금이 안 쏠리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너럴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는 물가도, 주식시장도 타깃으로 삼지 않고 오로지 부동산만을 타깃으로 삼은 통화정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금리인하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금융시장 때문에 금리를 내리긴 했지만 우리는 정부에서도 주식시장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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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중앙은행들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딜로이트는 '코로나19 경제 영향' 보고서에서 생산→공급망 충격 및 시장혼란→기업 유동성 부족 등으로 발전할 경우 금융위기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순히 세계 성장률이 악화하거나 국제무역이 줄어드는 것 뿐 아니라, 기업들의 부채 문제가 커질 경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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