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 확 바뀐 '마리 퀴리'…어머니·자식·인간의 고뇌도 담았다
공연시간 50분 늘며 주변인물도 부각…마리 퀴리 입체적으로 분석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재연에 돌입한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의 변화가 놀랍다. 제작진 사이에서 "재연이 아니라 초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는데 빈말이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확 바뀌었다.
2018년 12월 초연한 '마리 퀴리'가 과학자 마리의 면모에 집중했다면 재연에서 마리는 과학자뿐 아니라 어머니, 자식, 한 인간의 모습도 충실히 보여준다. 마리와 주변 인물들 사이의 서사는 한층 풍성해져 마리라는 인물이 초연에서보다 더 입체적으로 조명된다.
초연은 마리가 라듐을 발견하고 노벨상을 받는 장면에서 시작했다. 재연에서는 공연 시작 40분 뒤 초연의 첫 장면이 나온다. 노벨상 수상 전 40분 동안 풍성한 마리의 서사가 전개된다. 연구에만 매달린 나머지 딸 이렌에게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쏟지 못한 부족한 엄마로 등장한다. 마리가 벅찬 희망을 안고 프랑스 소르본대학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남편 피에르 퀴리와 처음 만나는 과정도 보여준다.
실제 퀴리 부인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러시아의 통치를 받던 폴란드에서 태어나 어릴 적 어머니, 큰 언니와 잇따라 사별했다. 어머니는 폐결핵, 언니는 장티푸스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폴란드와 독일에서는 여성이 대학에 갈 수 없었다. 퀴리 부인은 가정교사로 학비를 벌어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했다. 이런 퀴리 부인의 삶이 초연에서는 거의 생략됐다.
재연에서는 퀴리 부인의 삶이 묘사되면서 역경을 이겨낸 그의 모습은 초연보다 더 부각된다. 그 덕에 초연 당시 100분이었던 공연 시간이 150분으로 늘고 중간 휴식시간(인터미션)도 추가됐다. 하지만 추가된 공연 시간만큼 관객들이 마리 퀴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넓고 깊어졌다.
마리 역의 배우 리사는 "노벨상을 두 번(1903년 물리학상ㆍ1911년 화학상)이나 탄 대단한 여성 과학자이기 때문에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삶을 공부하면서 정반대의 느낌을 받았다"며 "과학 이외에는 아무 것도 못 하는, 사회성도 없는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재연에서도 주인공 마리의 비중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초연에서 60~70%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면 재연에서는 50% 정도로 줄어든 느낌이다. 대신 마리와 관계를 맺는 주변 인물들의 비중이 커졌다. 다양한 시각에서 마리를 볼 수 있는 여지가 커진 셈이다.
극의 시작과 끝 장면에 등장하는 마리의 딸 이렌은 초연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렌은 과학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마리를 부각하기 위해 새로 만든 인물이다.
가상의 인물 안느는 초연과 완전히 다르게 다시 태어난다. 초연에서는 라듐시계를 만드는 공장의 어린 여공일 뿐이었다. 이런 안느가 재연에서는 노동운동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리가 프랑스 파리로 가는 기차 안에서 소매치기당할 뻔 했다가 안느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고 두 사람이 평생 친구가 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안느는 일명 '라듐 걸스' 중 한 사람이다. 라듐 걸스란 라듐이 발견된 초기 공장에서 라듐시계를 만들다 이가 썩고 턱이 부서져 죽음에 이른 여공들이다. 라듐 발견 초기 그 위해성에 대해 몰랐던 때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 한 사람들이었다.
재연에서는 라듐 걸 안느가 마리의 친구로 설정됐다. 마리가 라듐의 위해성에 대해 알게 된 뒤 느끼는 괴로움이 더 절절히 와닿는다. 마리는 라듐 때문에 안느와 잠깐 서먹해졌다가 결국 그와 연대한다. 마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도 안느는 훌륭한 조력자로 역할하는 셈이다.
라듐시계를 만드는 공장 '언다크'의 사장인 '루벤'의 성격도 초연에 비해 더 뚜렷해졌다. 루벤은 마리의 후원자에서 라듐의 위해성에 대해 알고도 라듐시계 생산을 멈추지 않는 탐욕스러운 자본가로 변신한다. 초연에 비해 자본가 루벤의 모습이 더 뚜렷해져 그만큼 마리와 갈등도 더 분명히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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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마리와 피에르의 갈등은 크게 줄었다. 초연에서는 라듐의 위험성에 대한 법정 증언 여부를 두고 마리와 피에르가 갈등하는 모습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재연에서는 마리와 피에르의 갈등이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피에르는 다정한 남편이자 동료 과학자로서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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