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경제읽기]코로나發 급락…美 11년 '버블 붕괴' 전주곡인가
시장 관심 경기둔화로 번져 일주일새 10% 빠진 나스닥
'코로나19' 일시적 악재라면 단기간에 주가 회복 기대
반면 버블 터지는 과정일 땐 40% 이상 장기적인 하향곡선
나스닥지수가 일주일 사이에 10% 넘게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원인이었다. 질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상황이 곧 진정돼 주가가 안정을 찾을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과거에는 질병에 대한 우려가 약해지면 곧바로 주가가 올랐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진자 수에 관계없이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시장의 관심이 질병에서 경기 둔화 우려로 이동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과거에도 미국 시장이 단기에 급락한 적이 있다. 지난 10년 사이 세 번의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 2011년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금융위기로 크게 떨어졌던 주가가 회복으로 돌아서 2011년 8월에 반등을 마쳤다. 그 시점에 주가가 한 주 사이에 15% 가까이 하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두 번째는 2015년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자 주가가 일주일 사이에 11% 가까이 떨어졌다. 마지막은 2017년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연속 인상한 영향으로 주가가 7일 동안 13% 하락했다.
세 번의 단기 급락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급락 후 빠르게 회복할 걸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 전망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이번 하락은 코로나19로 포장됐을 뿐 실상은 11년 동안 생긴 버블이 터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어떤 시각으로 하락을 보느냐에 따라 앞으로 주가 전망이 달라진다. 만약 하락이 코로나19라는 재료 때문이라면 머지 않아 주가가 회복될 것이다. 2월 중순부터 시장의 관심이 코로나19 자체보다 질병으로 인한 경기 둔화로 옮겨가긴 했지만 그래도 재료를 중심으로 주가가 움직인 만큼 영향이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버블이 터지는 과정이라면 하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버블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하락이 끝날 수 있는데 과거 버블 붕괴 때 주가가 고점에서 평균 40% 이상 떨어졌던 걸 감안하면 아직 하락이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버블 조정은 주식 이외에 다른 자산에서도 벌어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 11년간 여러 자산 중에서 나스닥이 가장 많이 올랐다. 실적이 뒷받침된 데다 소속 기업들의 성장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산이 가장 먼저 그것도 강하게 조정에 들어간다면 부동산을 비롯한 다른 자산도 순차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주식을 포함한 상당수 자산들이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똑같은 요인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상승 이유가 같은 이상 하락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는 게 당연하다.
아직은 주가 하락이 코로나19라는 일시적 악재 때문이라고 보고 싶다. 주가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2010년 이후 세 번의 급락 당시 하락률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 경제가 둔화됐다는 신호도 아직은 나오지 않았다. 하락이 더 커져 단숨에 20% 넘게 떨어지든지, 하락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나온다면 또 다른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미국의 주가 하락이 단기에 끝나더라도 이번 하락으로 여러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우선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도 미국 경제는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성장률이 작년보다 낮을 거란 전망이 다수였고 소비와 투자 둔화로 하반기에 다시 한 번 경기가 둔화되는 더블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코로나19라는 외부 충격이 가해졌다.
2018년 한국, 중국,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18조4000억달러다. 17조9000억달러를 기록한 미국보다 크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3개국의 1분기 성장률이 예년의 절반, 연간 성장률도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경우 미국 경제 역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원리는 간단하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어떤 이유로 갑자기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상당히 타격을 받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미국보다 큰 규모의 경제에 문제가 생겼는데 세계 경제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수 밖에 없다.
금리 인하의 영향력도 약해졌다. 작년 10월 이후 미국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금리 인하다. 세 번의 금리 인하로 4개월에 걸쳐 주가가 25% 가까이 상승했는데 이전에 비해 반응이 약했다. 2010년 1차 금융완화와 2013년 2차 금융완화 때 미국 주식시장은 2~3년에 걸쳐 각각 250%와 160% 올랐다. 이번은 넉 달 동안 25% 오르는데 그쳤다. 이런 영향력 약화를 감안할 때 앞으로 Fed가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걸로 보인다.
대세 상승이 마무리되기 직전 나타나는 현상도 여럿 관찰됐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는 단일 기업의 시가총액이 시장 전체의 5%를 넘은 적이 없었다. 2000년 IT버블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고, 애플 역시 2012년 아이폰 열풍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비중이 5%를 넘지 못했었다. 이번에 두 종목 모두 시가총액 비중이 5%를 넘었다. 여기에 시가총액의 4%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을 더할 경우 세 종목이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까지 올라간다. 많은 종목의 주가가 너무 높아 제한된 몇몇 종목으로 힘이 쏠리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도를 걱정했던 테슬라 주가가 6개월 사이에 3배 넘게 올랐다. 지금은 GM과 포드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크다. 성장성을 과다하게 반영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S&P500지수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9배까지 올라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두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하면서 벌어진 일로 상승이 막바지에 들어간 게 아닌가 의심하게 만드는 현상들이다. 주가가 자기실력에 맞는 수준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 약간의 외부 충격에도 시장이 요동을 치게 된다. 이번에는 코로나19가 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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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가 하락은 미국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를 포함해 다른 여러 나라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작년 10월 이후 많은 나라의 주가가 미국 주가 상승을 매개로 올랐기 때문에 미국 주가 하락의 영향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만약 미국 주가 하락이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이라면 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11년 동안의 자산가격 상승을 마무리하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식시장은 오른 게 없어 미국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크게 하락하지 않을 거란 사실로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이 위안도 주가가 낮아진 후에나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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