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X 해버렸지 뭐야" 횰로족, 날 위한 투자
[2020 신년기획 - 세대공존, 함께 만드는 사회]
<2>쓸 때 쓴다, 밀레니얼의 가계부
명품구매는 후회없는 소비라는 콘셉러
20대, 명품매출 33% 차지 주고객층
워라밸 중시 주말등산·깜짝회식 극혐
취미생활 아낌없이 투자…자기 인생 중요
집 구할 때도 '인테리어·스타일' 첫 손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플렉스(flex) 해버렸지 뭐야"
'(준비 운동 등으로) 몸을 풀다'라는 뜻의 플렉스는 요새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인다. 밀레니얼ㆍZ세대 사이에서는 '과시하다', '지르다'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자기 만족을 위해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큰 돈을 지출했을 때 주로 쓴다. 인기와 부를 등에 업은 미국 흑인 래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명품을 걸친 자신들의 모습을 과시하며 플렉스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20% 정도 차지하는 이들의 절반 이상은 1인 가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2020 비즈니스 트렌드' 보고서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순자산가치는 10년 전에 비해 5배 증가해, 다른 소비 집단과 대등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 경험, 재미'를 중시하는 이 세대의 소비 형태는 국내 유통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비싸도 괜찮아! 내가 좋다면"=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즘 세대들의 소비 키워드로 '가성비'와 '가심비'라는 말이 유행했다. 실용적이며 현명한 소비 트렌드로서 MZ세대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콘셉러'라는 용어가 인기다. 컨셉러는 가성비와는 반대 개념으로, 가격과 성능보다는 '콘셉트', '연출'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커피값은 비싸지만 독특하고 예쁜 카페를 찾아 사진을 찍고, 명품 시계를 구입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조금 비싸더라도 더 좋아 보이고, 재미있는 것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투자'라고 한다. 취업뽀개기(27ㆍ대학생)는 "일회성에 그치거나 후회가 되는 소비는 낭비지만, 지속적이고 후회 없는 소비는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원하는 명품을 사는 것 역시 나를 위한 투자"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세계 명품시장 매출 2600억유로(약 334조 4200억원) 중 33%(858억유로ㆍ약 110조3600억원)가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창출됐다. 빅데이터 컨설팅 컴퍼니 롯데멤버스가 최근 발표한 '트렌드Y 리포트'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비중은 도드라졌다. 국내 명품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지난 2년 새 3.5배가량 커졌는데, 이 가운데 20대의 소비가 특히 눈길을 끈다. 20대의 명품 구매 건수는 1년 사이 약 7.5배 증가했고, 연령대별 이용 비중에서도 6.4%p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유통사와 명품 브랜드들이 20대 소비자들을 주목하는 것도 당연하다. 또 다른 밀레니얼 세대인 30대는 40대와 함께 오래 전부터 명품시장의 주 고객층이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은 현대사회에서 직장 선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특히 MZ세대는 높은 연봉보다도 개인시간 확보를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 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좋은 직장의 조건' 설문 결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보장'이 응답자 49.9%의 선택을 받으며 1위로 꼽혔다. 주말 단체 등산이나 갑작스러운 회식을 제안하는 직장 상사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극혐'(극도로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이 때문에 회사들은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여가 시간이 늘어난 요즘 세대들은 취미 활동을 위한 소비에 거리낌이 없다. 취미 생활 어플리케이션 등이 활성화 되면서 보컬 트레이닝이나 가죽 공예 등 원데이 클래스가 늘어나고 있고, MZ세대는 여기에 아낌없이 돈을 소비(투자)한다. 한 달에 한 번 건담 프라모델 조립, 핸드드립 커피 만들기 등 '취미 박스'를 보내주는 하비박스와 같은 업체들도 생겨났다.
◆신(新)인류 '횰로족'의 등장=통계청은 2005년 전체 인구의 약 20% 정도를 차지했던 1인 가구가 2045년에는 36.3%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홀로'와 '욜로(YOLOㆍ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의 합성어인 '횰로족'의 등장도 자연스럽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보다는 자신만의 인생을 즐긴다. 세상의 중심이 '나'인 MZ세대의 가치관과 궤를 함께 한다. '인맥이 자산'이라며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것에 골몰했던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미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상품과 문화는 보편화됐다. 더 이상 혼술, 혼밥, 혼행이 낯설지 않은 사회로 진입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봐도 혼자서 무언가에 몰두하는 이들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양손잡이(34ㆍIT 개발자)는 "회사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즐거울 때도 있지만, 누군가와 무엇을 같이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싫을 때가 많다"면서 "혼자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것을 가는 데 돈을 쓰는 것이 제일 현명한 소비 아닌가"라고 했다.
◆"남향(南向) 따위는 상관없어! 개성 넘치는 공간이 중요해"=MZ세대의 상당수는 1인 가구다. 당연히 혼자 즐기고 꾸밀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면서 관련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적당하거나 무난한 제품들보다는 다른 것들과 확실히 차별화된 디자인이나 특징을 가진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동산 개발업체 피데스개발이 실시한 '2019 미래주택 소비자 인식조사'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절반 이상이 '향후 주택 구매의 중요한 요소'로 '인테리어(26%)'와 '스타일(25.6%)'을 1ㆍ2위로 꼽았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오를까 떨어질까 불안하다면…"주가 출렁여도 따박...
관련 업계도 밀레니얼 세대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차별화'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삼성물산은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을 반영한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바닥재와 아트월, 가구ㆍ문의 색상, 문 개폐방식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LG하우시스도 밀레니얼 세대를 디자인 콘셉트의 타깃으로 정하고, 이와 관련된 테마 3가지를 내세웠다. MZ세대의 생각과 개성,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는 마케팅 포인트가 이제 산업계의 생존전략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셈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