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년 이상 지속된 빙하기가 마지막으로 끝난 것은 약 1만년 전이었다. 1만4000년 전부터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해 1만년 전에는 지금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온도가 상승했다.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를 덮고 있던 빙하가 북쪽으로 밀려가면서 그 뒤를 툰드라가 따랐다. 자작나무와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의 옅은 숲이 다시 그 뒤를 따랐다.
빙하가 북쪽으로 멀리 밀려간 뒤에는 온대지방에 낙엽수와 활엽수 숲이 깊게 들어섰다. 당연히 동물들도 북쪽으로 이동했고 깊은 숲에 서식하는 새로운 동물들도 뒤따랐다. 그리고 그 즈음 수렵채취로 생존하던 인류의 조상들이 초기 농업을 시작했다. 식용으로 가축의 사육이 먼저 시작되고 뒤이어 식물에 물을 주고 주위의 잡초를 제거하는 등 일종의 경작이 시작된 것이다.
질병과 전염병은 태초부터 인류와 함께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인구가 희소하고 흩어져 생존하던 수렵채취 시대에 전염병이 광범위하게 유행했을 가능성은 적다. 정착과 농업 그리고 집단생활이 시작되고 도시로 발전하면서 홍역, 천연두, 디프테리아, 볼거리, 인플루엔자 등 여러 전염병이 유행하고 적지 않은 희생도 있었을 것이다.
질병 때문에 역사가 방향을 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14세기 중반 유럽에서 크게 유행한 흑사병이다. 유럽 인구의 40%가 희생된 흑사병은 그 이후로도 여러 번 여기저기서 출몰했다. 흑사병보다 더한 희생을 치른 경우는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옮긴 전염병 때문이었다. 전혀 면역이 없던 신대륙 주민에게 홍역, 천연두, 디프테리아 등 구대륙의 전염병은 치명적이었다. 코르테즈와 피사로가 멕시코와 페루를 정복한 이후 그들이 옮긴 전염병 때문에 그곳 인구가 10%까지 감소하는 데에는 50년이 걸리지 않았다.
현대적인 예방접종이 시작되기 전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보다 전염병으로 사망한 군인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았다. 군인들에게 처음 예방접종을 실시한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을 치르면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군인들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으로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은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우리와 일본 등은 우한이 위치하고 있는 후베이성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시켰다. 세계 각국은 중국으로부터 온 내국인 입국자도 2주 동안은 격리시키도록 하였다. 중국으로의 항공편 가운데 10% 이상이 취소됐다고 한다.
감염됐다고 사망의 확률이 매우 높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세계적인 뉴스가 되고 강력한 대응이 나오는 것은 질병 자체보다 불확실성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직접, 간접으로 만나는 사람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가, 사회, 개인 모두에게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불안은, 그 원인이 질병이건 자산시장의 거품이건, 국제관계이건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신종 코로나에 따른 지금의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책은 가능한 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해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낮추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초기 대응에서 실패한 이유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충분한 정보와 신뢰보다 더 좋은 방책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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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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