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종 코로나' 여파에 현대차도 공장 멈춘다…이번주 특근 취소

현대차도 中 '신종코로나' 여파로 부품 수급 차질
이번주 예정된 특근은 취소…팰리세이드 생산에 영향
31일 오후 내주 공장 가동중단 관련 노사 협의 예정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사진=연합뉴스)

단독[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공장 특근을 취소했다.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국 소재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여파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부품을 조달받지 못해서다. 또 중국에 파견한 주재원도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철수하도록 했다. 쌍용차에 이어 현대차까지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면서 신종 코로나의 화마가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울산공장과 전주공장 버스라인의 이번 주 특근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에 전선 제품인 '와이어링'을 공급하는 두 업체의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는 와이어링 재고 부족에 대응하고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주 특근을 철회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가 급속히 번지자 춘제 연휴를 2월2일까지 사흘 늘린 바 있다. 이에 각 지방정부도 잇따라 기업들의 강제 휴일을 일주일가량 연장했다. 현대차의 중국 와이어링 납품 업체의 경우 현지 직원 사망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가동 중단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번 특근 취소에 따른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생산공장 가운데 이번 주말 특근이 예정돼 있던 곳은 팰리세이드가 생산되는 울산4공장 정도다.

문제는 다음 주부터다. 당장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전체 공장을 멈춰세워야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현대차가 확보한 와이어링 재고는 5일치 정도에 불과하다. 재고가 소진되는 다음달 4일께부터 최소 1주일가량 공장을 셧다운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이 기간 단체 휴가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노사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와이어링 수급 등에 일부 차질이 발생해 일단 이번 주는 특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안전 재고 등이 있는 만큼 당장 생산에 큰 영향은 없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생산 공장도 더 이상 신종 코로나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전날 동일한 이유로 평택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와이어링 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쌍용차 역시 당장 다음달 4일부터 휴업에 들어가야 한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비상시를 대비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한국GM 관계자는 "2ㆍ3차 협력 업체의 부품 공급망을 파악하는 등 실무 부서에서 신종 코로나의 영향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비용 절감을 앞세우며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 구축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완성차 업계의 문제점이 터져나온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한두 곳의 부품 공급 업체로부터 제품을 조달받으며 재고도 소량만 확보해두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국내 자동차 산업에 적잖은 학습효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