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下] 소비트렌드 '선제공략'이 비결

'구독경제'는 국내 중견기업 성장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매출 3조원 규모의 기업을 탄생시켰고 신생기업이 6년 만에 7배 성장하는 퀀텀 점프도 가능하게 했다. 코웨이와 바디프랜드 얘기다. 구독경제가 중견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된 셈이다. 판매에 주력하는 대기업이 렌털 시장에 크게 관심을 쏟지 않았던 반면 중견기업들은 소유 보다는 사용에 초점을 맞춘 소비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잘 공략한 결과다.


30일 렌털업계에 따르면 이 분야 국내 1위 사업자인 코웨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에만 624만 렌털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139만 계정)를 포함하면 전 세계에서 763만 가구가 코웨이의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의류청정기 등을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구독경제 서비스를 받고 있는 셈이다. 코웨이의 올해 렌털 목표는 800만계정이다.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성장한 코웨이의 매출 규모는 3조원 안팎(2019년 추정)이다. 코웨이 지분 25%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기업 가치는 1조7400억원. 넷마블은 코웨이 주식 1851만1446주(지분 25%)를 인수하면서 코웨이의 기업가치는 다시 주목 받았다. 2013년 코웨이 지분 30%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1조2000억원에 매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7년여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전세계가 렌털 무대" 중견기업들 구독경제로 성장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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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중견기업 구독성장세 = 코웨이의 가파른 성장 배경에는 급성장하는 구독경제 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게임 회사인 넷마블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동떨어진 업종으로 보이는 코웨이를 인수한 것 역시 구독경제 시장이 가지는 성장성 때문이었다. 넷마블 관계자는 "인공지능(AI)ㆍ클라우드ㆍ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과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사업을 발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구독경제 시장이 확대되며 나타난 효과는 코웨이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2조2243억원, 영업이익 4136억원을 기록해 연간 3조원 매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3분기까지의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1.5%, 영업이익 5.8%, 당기순이익 11.7%가 늘었다. 코웨이는 국내 및 해외 렌털 판매 호조, 해외 사업의 고성장 지속, 성공적 해약률 관리 등을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았다.


코웨이 뿐만 아니라 LG전자 등 대기업과 SK매직, 청호나이스 등 중견기업들도 구독경제 시장에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2001년 4월 렌털시장에 진출한 청호그룹의 지난해까지 누적 150만 계정을 확보했고 올해는 200만계정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SK매직도 지난해 렌털 누적 180만계정을 달성하면서 올해 300만계정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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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7배 뛴 안마의자 매출 =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 제조업체에서 시작해 헬스케어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대표적인 구독경제 성공기업이다. 2007년 설립돼 올해 13주년을 맞는 이 회사는 최근 10년 가까이 성장가도를 달렸다. 매출은 2012년 652억원에서 2018년 4505억원까지 7배 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1억원에서 509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초기만 해도 수입 제품 일색이던 안마의자 시장에서 점유율을 65%까지 끌어올리며 시장 내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한 데는 구독경제 시장의 확산이 한몫을 했다. 최근의 성과는 이를 방증한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11월, 하루 동안 온라인ㆍ모바일 채널에서 구매와 렌털을 합쳐 안마의자 500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며 자체 하루 최다 판매 기록을 6개월여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해 5월 달성한 종전 기록 383대와 비교하면 31% 늘어난 수치다.


바디프랜드는 이 같은 온라인ㆍ모바일의 판매 비중 확대를 구독경제의 확산으로 안마의자가 대중화되고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구입의사가 있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폭넓게 형성된 브랜드 신뢰가 오프라인 전시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지갑을 열게 했다는 것이다.


◆구독경제에 필요한 노하우 갖춰야= 렌털형 구독경제 시장이 중견기업들의 성장 독무대가 된 이유는 렌털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웨이는 1998년 렌털 제도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청호나이스 등도 일찌감치 렌털시장에 진출했다. 정수기 등 생활가전 렌털영업 및 관리에 특화된 전문인력 조직을 구축하고 운영하면서 노하우도 축적했다. 자본력과 전국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이라고 해도 렌털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가 없으면 시장에 자리잡기가 어렵다. 이마트의 경우 2012년 가전렌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매출 부진을 이유로 1년여만에 철수하기도 했다.


안마의자 구독경제 시장도 렌털 시스템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중견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 시장 규모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안마의자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8000억~9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규모가 더 커지면 LG전자 외에 다른 대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할 수도 있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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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독경제는 예산이라는 제약을 놓고 그 속에서 다양한 소비를 해보자는 소비자의 욕구와 맞물려 있다"며 "소유보다는 사용에 초점을 두고 있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공유경제 등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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