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은 모두 죽으란 소리"
"주변에 학교도 어르신도 많다"
아산·진천서 거센반발 이어져

지자체는 난감 표하면서도
정부 방침 따라 교민수용 입장
격리 수용지 변경가능성 낮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30일 우한 교민의 격리수용 장소로 결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서 아산 주민들과 경찰이 충돌을 빚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30일 우한 교민의 격리수용 장소로 결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서 아산 주민들과 경찰이 충돌을 빚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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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아산)=정일웅 기자, 이정윤 기자] 3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에서 약 500m 떨어진 왕복 4차선 도로에는 경운기ㆍ트랙터 등 농기계와 대형 차량 수십 대가 뒤엉켜 있었다.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로 국내에 들어올 교민들을 격리하는 장소로 경찰인재개발원이 확정되자 주민들이 진입로를 막아선 것이다.


현장 질서 유지를 위해 투입된 12개 중대 900여명의 경찰관들은 이날 오전 7시40분께부터 진입로 확보에 나섰다. 경찰관 10여명이 경운기 한 대에 달라붙어 밀어내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1시간30분 정도 진행된 경찰의 작업에 경찰인재개발원으로 통하는 4차선 도로는 모두 뚫렸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 50여명은 울분을 터뜨렸다. 주민 이모(71)씨는 "우한폐렴이 전염병이라는데 주민은 모두 죽으라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인재개발원으로부터 불과 250m 떨어진 곳에 거주한다는 주민 김명숙(65ㆍ여)씨도 "주변에 학교도 있고 어르신들도 많은데 중국 교민들을 데려오면 어쩌자는 거냐"며 "교민도 우리 국민이라 마음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교민들이 못 들어오게 계속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본격화된 전날 오후 오세현 아산시장과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국장이 현장을 찾아 주민들과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아산시 온양5동 이장단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ㆍ새마을지도자 등을 주축으로 한 주민들은 끝까지 경찰인재개발원 진입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송달상 이장단협의회장은 "처음에는 천안으로 정했다가 그쪽에서 반발하니 아산으로 바꾼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안전 대책도 세우지 않고 결정한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30일 우한 교민의 격리수용 장소로 결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도로에서 경찰이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농기계를 도로 밖으로 옮긴 뒤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경찰 앞에 '아산 시민을 버린 행정, 대한민국 정부가 버린 아산' 글귀가 적힌 천막이 설치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30일 우한 교민의 격리수용 장소로 결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도로에서 경찰이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농기계를 도로 밖으로 옮긴 뒤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경찰 앞에 '아산 시민을 버린 행정, 대한민국 정부가 버린 아산' 글귀가 적힌 천막이 설치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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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교민 격리 시설로 지정된 충북 진천군 혁신도시 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도 주민들이 밤샘 농성을 벌였다. 전날 오후 9시께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농성 중인 주민 300여명과 만나 정부 방침을 설명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흥분한 주민들이 김 차관을 막아서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주민들은 주거 단지가 밀집해 있는 만큼 전염병 확산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강경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들도 난감함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교민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잠재울 묘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충남 도정을 믿고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호소했고, 아산시는 정부에 협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향후 대응에 대해 충남도청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인재개발원이 600여명을 개별 방에 수용할 수 있고, 아무래도 경찰 시설이다 보니 통제나 관리 측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해 이곳을 지정한 것 같다"며 "(교민 수용을 위한) 준비는 계속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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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격리 수용지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재차 번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날 "어제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결정된 데서 바뀐 것은 없다"며 "지금으로선 추가 지정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3차 회의를 열고 전세기로 입국할 우한 교민의 임시 생활시설로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2곳을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아산=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아산=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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