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확진자 동선 따라가보니…설연휴 덮친 '우한폐렴' 공포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채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 이정윤 기자, 이승진 기자]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호텔뉴브 로비. 국내 세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확진자가 머문 이 곳에는 긴장감이 섞인 적막이 흘렀다. 프론트 직원 두 명만 자리를 지켰고, 단 한명의 투숙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선릉역과 인접한 이 호텔은 150객실 규모로, 투숙객 절반이 중국인 등 외국인이다. 호텔 측은 확진자가 투숙한 객실을 소독하고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 다만 예약자들을 상대로 '우한폐렴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점을 안내하면서 환불을 유도하는 중이다. 프론트 직원 한모씨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안전하다는 통보가 올 때까지 당분간 손님을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 호텔을 거쳐간 확진자가 잠복기 엿새간 서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일대를 활보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변 상인의 불안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호텔뉴브 인근 음식점 직원 이해인(50)씨는 "호텔뉴브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자주 투숙하는 호텔이고 우리 가게에도 종종 호텔 손님이 방문하는데 바이러스가 확산될까봐 불안하다"고 했다. 호텔 주변 식당에서 일하는 중국인 손월매씨(54)도 "오늘 출근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동 일대 호텔과 상점에도 불안감이 흐르고 있다. 명동의 한 호텔을 찾은 투숙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 호텔 관계자는 "레스토랑 등 손님이 많이 몰리는 곳에만 두던 세정제를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에도 전부 배치했다"면서 "객실 예약률도 덩달아 급감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관광객이 급감한데 따른 영업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명동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박모(37)씨는 "작년 설과 비교했을 때 올해 설은 유독 중국인 관광객이 없는 것 같다"라며 "중국인들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감염병 공포가 확산되면서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다중이용시설 등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지하철에서 만난 쌍둥이 남매의 엄마 정선이(39)씨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지하철을 탔는데 혹시 모를 감염 우려 때문에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왔다"고 했다.
발원지가 중국이란 점에서 '혐중 감정'도 커지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온라인에선 "중국인 입국을 막아 감염병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 북한도 하는데 왜 우리는 안 하냐"는 반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직장인 지미진씨(49)는 "연휴 기간 한 호텔 사우나에 갔는데 '혹시 중국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걱정은 이해하지만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 적대감이 느껴져 불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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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홍콩 여행객 왑(45,여)씨와 리안(15)군 모자는 "아직 직접적인 불친절을 느끼지 못했다"면서도 "우한폐렴 유행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건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중국 시안에서 설을 보내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신디(33, 여)씨도 "우한폐렴 걱정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가는 시점을 30일에서 2월2일로 연기하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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