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는? 2년 후엔? 美·中 무역전쟁, 아직 물음표 남았다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정현진 기자]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최종 서명하면서 양국 간 무역 전쟁은 잠시 휴전에 들어갔다. 2년간 중국을 줄기차게 밀어붙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승리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세계경제 불확실성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합의 유효기간이 2년에 불과한 데다 근본적인 양국 간 갈등의 원인이 봉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실한 긴장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 공산품 777억달러 추가 구매 =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96쪽 분량의 1단계 무역합의문에는 중국이 2000억달러(약 23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로 수입하고, 향후 더 많은 수입이 가능하도록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미국산 신종 바이오 기술 적용 농산물에 대한 승인 기간을 기존 5~7년에서 평균 24개월로 단축하는 데 합의했다. 또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해산물, 유제품, 쌀, 분유, 동물사료 등의 부분적 수입 제한을 담은 미국산 제재 리스트도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꾸준히 요구해온 지식재산권(IP) 침해와 강제적 기술이전 금지 사항도 합의문에 포함됐다. 특히 합의문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챕터를 IP와 기술이전 부문으로 구성해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합의 이후 30영업일 내에 IP를 보호하기 위한 액션 플랜을 마련키로 했으며 IP 침해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형사 처벌 조치를 하기로 했다. 기술이전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미국 기업에 사업을 하거나 규제에 대한 승인을 받기 위해 기술이전을 하라고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다만 중국에 관련 법률이나 규정을 수정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의 금융 서비스시장을 개방하고 환율ㆍ통화 정책의 투명성을 확대하는 내용도 명시됐다. 비자, 마스터카드와 같은 금융 결제 부문부터 보험까지 금융기업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외국인 지분 제한도 풀고, 경쟁적인 환율 평가절하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양국의 합의로 세계경제는 교역 측면에서 플러스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4%로 전망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20일 전망치를 수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미ㆍ중 1단계 무역 합의 내용을 반영해 수치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MF는 앞서 1단계 합의 서명 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전망치 5.8%에서 6%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미국 경제 역시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약해진 제조업 부문의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1단계 합의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2.5% 달성에 중요한 기여 요소라고 꼽았다.
다만 중국이 합의 이행 과정에서 다른 무역 상대국들과의 교역을 줄일 경우 새로운 세계경제 불안 요인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미국 상품을 우선 수입하면 일본 등 다른 무역상대국의 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임시휴전'에 불과…2단계 협상 난항 전망= 1단계 무역 합의가 최종 마무리됐지만 현지 언론 반응은 다소 신중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한 국가에 초점을 맞춰 무역적자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물줄기가 새는 둑방을 손가락으로 막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도 이날 사평을 통해 "양측은 1단계 합의에 대해 일부 유감을 갖고 있다"며 "완전히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1단계 합의가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엄청난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미ㆍ중이 좀 더 포괄적인 무역 합의를 이루는 것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의 장옌셩 이코노미스트는 화웨이를 거론하며 "1단계 합의 이행이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만약 미국이 중국에 상품 판매를 거부하고, 중국이 목표치만큼 미국산 제품을 사지 못한다면 합의 불이행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려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앞으로도 수두룩하다. 1단계 합의 유효기간이 마무리되는 2년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또 2단계 협상은 언제 어떤 의제로 논의할지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미ㆍ중 충돌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화웨이 제재'도 1단계 무역 협상에선 논의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무역 전쟁의 핵심인 중국 국유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수많은 난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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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불투명한 전망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또다시 키우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날 발표한 미 경제동향보고서(베이지북)를 통해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 확대되고 있지만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조업 약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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