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전미경제학회가 준 교훈
매년 1월 초 개최되는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대학, 중앙은행, 국제기구, 연구소의 경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장 큰 경제학 관련 행사다. 올해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 시에서 1만2000명이 넘게 참가했다. 이 행사에서 구직 및 구인 활동을 하는 노동 시장도 열린다. 갓 학위를 마쳤거나 마칠 지원자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각 분야별로 2000편 이상의 논문이 발표되는 학술회의는 경제학 및 글로벌 경제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작년 컨퍼런스에서는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자동화가 고용, 임금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처음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올해는 기업별 데이터를 이용한 상세한 후속 연구가 보고됐다.
기술진보는 구(舊) 노동의 수요를 줄이는 대신 신(新) 노동의 수요를 창출한다. 1950년대 녹색 혁명은 사람의 삶을 바꿔 놓았다. 농업이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게 되자 자녀를 양에서 질로 대체하는 인구학적 변화가 뒤따랐다. 크게 열린 여성들의 교육 기회는 다시 활발한 사회 진출로 이어졌다. 일자리도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다시 서비스업으로 그 무게 중심이 이동했으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가 무수히 생겨났다. 신 노동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자 대학 진학률도 따라서 높아졌다.
작년 전미경제학회 컨퍼런스에서 자동화가 에이징의 산물임이 보고됐다. 경제활동 인구비율의 감소를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일본과 같이 노령화가 크게 진전된 나라일수록 로봇을 활용한 생산활동이 활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자동화는 노동의 몫을 줄이는 한편 새로 진입하는 신 노동이 퇴출되는 구 노동보다 적어 고용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금년 학회에서 마찬가지 현상이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 확인됐다. 나아가 퇴출된 노동은 다른 일자리를 찾는 대신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해 고용시장의 조정이 원활치 않음을 보였다.
나아가 자동화는 선도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으로 시장 점유율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 기업의 고용은 증가했으나 후행기업의 고용 감소분보다는 작았다. 결국 자동화가 초래한 고용의 감소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후행기업에 집중된 것이다.
10년 이상 계속된 선진국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또는 마이너스 정책 금리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한해 잠시 반짝했을 뿐 글로벌 경제의 부진이 계속되자 통화 정책 무용론이 대두됐다. 통화정책이 경제 회복 대신 자산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금융 불안정의 위험을 높인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현재 15조 달러에 이르는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전세계 국채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통화정책 무용론은 대안으로서 재정 정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G7은 120%, 선진국은 100%가 넘어 재정 정책의 여력은 소진되었다는 평가다.
작년 전미경제학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조사국장을 지낸 블랑샤 당시 학회장은 주요 선진국의 실질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사실로부터 적자 재정정책에 따른 국가채무증가가 당초 기대했던 것처럼 심각한 경제적 부담은 주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가채무가 다소 늘어나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성장률에서 실질금리를 차감한 만큼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년 학회에서 경제학자들은 블랑샤 전 회장의 주장이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요컨대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궁극적으로 국채가격도 하락하게 되며 따라서 실질금리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가 무역 분쟁이나 지정학적 위험과 같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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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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