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AI시대, 디지털 인재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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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는 2001년 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제목으로 접하게 됐다. 그러나 먼 미래를 상상하는 공상과학 차원의 전문용어에 머물러 있다가 2016년 3월 이세돌-알파고 바둑 대결 이후 순식간에 보통명사가 됐다. 바둑이라는 친숙하고도 복잡한 게임에서 인간세계의 지존이 AI에게 패배하는 장면을 목도하는 충격의 여파였다. 이후 불과 3년 동안 AI는 일상생활에 접목되는 서비스로 확산되고 있다. 플랫폼을 경유하는 영화 추천, 맛집 검색, 여행지 안내에서 자녀교육 프로그램에까지 AI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는 아날로그 구질서의 세계에서 디지털 신질서로 이행하는 변곡점이었다. 국내 할인점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이마트가 2분기에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유통업계의 주도권 이전을 상징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온라인 유통업체인 쿠팡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쿠팡이라는 단위기업의 향후 전망과는 별도로 쿠팡 출현을 기점으로 유통업이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음은 분명하다. 콘텐츠 유통에서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플랫폼의 성장으로 아날로그 미디어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타다'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도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운송사업이 플랫폼 서비스 개념을 적용한 디지털 모빌리티 사업의 잠재력에 대응하기가 역부족임을 나타낸다. 이러한 트렌드는 향후 산업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지난해에 명확하게 나타난 AI 기술 보급과 디지털 신질서 확산이라는 두 가지 현상은 기존 기업들에게 디지털 격변에 대한 총론적 이해의 단계는 지나갔음을 의미한다. 올해부터는 구체적 전략의 수립과 실천이 필요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조직 내부에 AI 기술을 이해하고 사업모델 혁신으로 연결시키는 경험과 안목을 가진 역량있는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부 충원하기도 쉽지 않다. 국내 전반적으로 관련 인력의 절대적인 공급부족으로 채용시장에 거품도 많이 끼어 있는데다 그나마 후보자 중에서 실제로 필요한 인력을 선별하는 안목도 부족하다. 특히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의 경우는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 가까운 미래에 호전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한탄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접근방식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부 대학은 AI 등 디지털 관련 역량을 일정 수준 확보하고 있다. 최근 십여 년 동안 아날로그 전통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트렌드에서 학교 차원은 물론 교수 개인 차원에서도 디지털 영역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높여온 결과다. 그리고 대학에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산학 연계 프로그램 등의 시스템도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학과 교수마다 특성이 있고 역량 차이가 크기는 하지만 기업이 디지털 혁신과 관련해 정확하게 문제를 정의하고 협력하는 영역을 규정한다면 투입 비용에 대비해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중견기업들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과제를 해결하고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실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내부의 신세대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 기존 세대가 새로운 시대를 호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기존 사업모델의 운영에 치중하게 하고, 신세대 중에서 잠재력이 있는 인재들을 선발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그룹으로 육성시키는 방안이다. 기존 사업의 프레임이 고착화되지 않은 신진들로 하여금 조직의 미래를 개척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아날로그 사업에 기반한 기존 기업들에게 디지털 격변에 대한 대응의 실질적 출발은 조직원 역량의 확보다. 단기간에 전문인력의 수혈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외부의 대학 등과 연계하고 내부의 신진기예를 육성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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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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