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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5% 룰'과 주주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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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5% 룰'과 주주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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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5% 대량 보유 보고 제도 및 단기 매매 차익 반환 제도 개선'에 대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에 따르면 투자자는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으면 관련 내용을 5일 안에 보고 및 공시해야 한다. 특히 보유 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 내역을 5일 안에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개정안은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보편적인 주주 활동 관련 제약을 완화해 기관투자가들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할 길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가 채택한 '5% 룰'의 기본 취지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해 위임장 경쟁, 인수합병(M&A) 시도 등에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응 조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가령 기업을 M&A하려는 주체가 비밀리에 상당량의 지분을 매입한 뒤 갑자기 잔여 지분을 공개시장 매수로 사들인 뒤 적대적 M&A를 하면 기업의 경영권 교체는 물론 주주들도 적정가에 보유 주식을 매도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본다. 이에 재계는 개정안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공적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은 실질적인 경영권 개입을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 있지만, 기업 경영권 방어는 무력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한다.

개정안이 재계의 우려처럼 기관투자가들의 경영권 개입이나 위협을 늘릴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일반투자로 새로 분류된 주주 활동이 경영권에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종전처럼 임원의 선ㆍ해임, 합병 등을 위한 주주 제안이나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겨냥한 행위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보유 목적으로 분류돼 여전히 보고 의무가 부여된다. 상법에 보장된 이사해임청구권(법령ㆍ정관을 중대 위반한 이사 해임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면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과 위법행위유지청구권(이사가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으면 행위를 중지토록 청구하는 권리) 등은 종전엔 약식보고 사항으로 분류됐다가 개정안에서 일반투자로 구분돼 오히려 공시 의무가 강화된다. 또 한국은 적대적 M&A 시도나 위임장 경쟁 같은 경영권 위협의 사례가 드물고, 성공 사례도 적다. 2010년 이후 9년간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적대적 M&A는 1건이었다. 주총 표 대결 178건 중 이사회 장악 시도는 20%(35건)에 불과했고, 이 중 31%(11건)만 성공했다. 경영권 위협이 적은 상황을 고려할 때 개정안 때문에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는 사례가 늘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재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개정안 탓에 적극적 주주 활동을 하기 쉬워진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에 집중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313곳이다. 국민연금의 주총 안건 반대율은 1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2014년 이후 국민연금 반대 건이 최종 부결된 경우는 22건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 중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쳐 40%가 넘는 기업이 절반에 이르는 만큼 국민연금의 이들 기업에 대한 경영권 위협 가능성도 매우 낮다. 이 같은 사실과 공적연기금이란 특성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주주 활동은 개정안과 관계없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영권을 위협하고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교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개정안을 통해 향후 주주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기업 가치가 높아져 투자자와 기업 모두 윈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ㆍ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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