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사해임권 추진에 기업들 강력반발…"'연금사회주의' 논란 자초"
횡령·배임기업 이사해임 요구
기업 "경영권 위축될 것" 반발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이동우 기자]국민연금공단이 횡령·배임 등 법 위반 혐의로 중점관리 대상에 오른 기업의 이사 해임까지 요구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예고하자 기업들이 "경영권이 위축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 스스로 '연금사회주의' 프레임에 또 한번 갇혔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연금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방안과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행사 지침 관련 공청회를 연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의 임원 선임·해임, 이사회 등 회사 기관의 정관변경 등 경영참여 관련 결정권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수탁위가 공개중점관리 기업과 비공개 대화기업의 지적사항 개선 여부를 판단해 미개선 기업을 정한 뒤 경영참여 주주제안 추진 여부와 그 내용 등을 검토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횡령·배임 등 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 중점관리 대상에 오른 기업 이사 해임을 요구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또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10% 이상인 기업에 대한 단기 매매차익 반환(단차반환) 의무가 발생하지 않게 직접·위탁 모두 매매정지를 추진한다.
경제계는 이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횡령·배임 등 유죄가 확정될 경우 상법에 따라 이사 자격을 박탈하는 '이사의 자격' 조항은 전문 경영인 인력풀을 축소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혁신팀장은 "국민연금이 기업 지배구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지배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손해는 결국 국민이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팀장은 "현장에서는 배임 요건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현행 경제법령상 최고경영자(CEO) 처벌구조가 상당한 상황에서 사외이사 선임 요건을 더욱 강화하면 인력풀이 점점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가이드라인이 경영참여 발동기준과 원칙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국민연금 참여가 4단계로 세분화된 만큼 첫 단계에서 의견이 부결될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별로 이행을 압박할 수 있어 기업 경영의 경직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가이드라인과 금융위의 5%룰 개정안 등 공시정책,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 회계정책 등이 사실상 정부의 '공정경제' 명분 아래 만들어진 '기업 옥죄기' 수단이라는 불만도 드러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투자기업 사내이사의 임면권에 큰 영향을 미치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당시 금융위의 주장이었던 '연성규범'이 아니라 사실상 상법 개정 수준의 '강행규범'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