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중국 첨단기술 굴기에서 소외된 외국인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알리바바 그룹 본사가 있는 항저우 시시캠퍼스 옆에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미래호텔 1호점 '플라이주'가 있다. 인공지능(AI), 안면인식, 로봇 기술 등을 총동원해 직원 없이도 셀프로 호텔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국인이라면 호텔 1층 키오스크에 신분증 인식만으로 직원 없이도 셀프 체크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중국에서 외국인은 호텔 체크인과 함께 관할 파출소에 주숙등기를 해야하는 규정이 있어 반드시 직원을 호출해 여권과 비자를 확인 받아야 한다. 게다가 중국 현지 휴대전화가 없으면 아예 체크인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12월 알리바바가 4차 산업혁명의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 문을 연 이 호텔은 1년이 다 되도록 외국인이 이용하지 못하는데 대한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
첨단기술 굴기를 보여주고 있는 중국은 유독 외국인에게 기술의 혜택을 나누는데 인색하다.
또 다른 대표적인 예가 전자결제 시스템이다. 중국은 모바일 전자결제 시스템의 빠른 적용으로 그 어느 나라 보다도 현금없는 사회가 일찌감치 실현됐다. 휴대전화에 알리페이(알리바바 운영)와 위챗페이(텐센트 운영) 둘 중 하나만 등록해 놓으면 현금 없이 모든 소비생활과 금융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심지어 현금을 아예 받지 않는 상점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중국 현지 은행계좌와 휴대전화가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전자결제 시스템 접근이 안된다. 이렇다 보니 택시에서 현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알리페이는 이달부터 자사의 전자결제 시스템을 외국인들에게도 개방했지만 여전히 불편함이 많다. 투어패스라는 미니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후 상하이은행 선불 카드를 미리 구매해야 한다. 금액 설정은 1회 한도 최저 100위안(1만7000원), 최대 2000위안(약 34만원)이며 한도가 소진되면 재충전 해야한다.
지난 9월 세계 최대 규모로 개항한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을 포함해 203개 공항에 지난 9월15일부터 도입한 '민항임시탑승증명' 시스템 역시 외국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 시스템은 위챗 미니프로그램에서 민항임시탑승증명을 QR코드로 제공받으면 15일의 유효기간 내에는 신분증 없이 항공기 탑승 수속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용 가능 대상은 내국인에 한정된다. 외국인은 공항에서 여권과 항공권을 지니고 있어도 일일이 공항 직원의 신원 확인과 얼굴 사진 촬영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터넷은 중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불편함을 호소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된지 오래다. 미국의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최근 발표한 '2019 국가별 인터넷 자유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100점 만점에 10점을 받아 4년 연속 '꼴찌'를 했다. 정부가 인터넷 통제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가동해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부쩍 강화된 통제 탓에 현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별도의 장치 없이는 네이버, 다음같은 포털이나 외국계 메신저 앱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다. 중국이 매년 저장성 우전에서 세계인터넷대회를 열고 자국이 인터넷 활용ㆍ혁신 능력과 산업발전 방면에서 뛰어나다고 강조하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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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의 발전이 중국인들에게 편리함을 줄수록 외국인들은 더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중국이 첨단 기술력을 홍보하며 세계화를 외치기 전에 중국 안에서 기술의 진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불편을 되돌아봐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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