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부린이 청약 가이드] 기자도 당하는 '지역주택조합'… 고위험·고수익 투자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사업진척단계 따져서 리스크는 헷징하고 수익은 높여야

[부린이 청약 가이드] 기자도 당하는 '지역주택조합'… 고위험·고수익 투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부동산 기자가 되면 친구들에게 뜬금없이 카톡이 오곤 합니다. "청약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 "1순위가 뭐야?" 청약통장은 그저 부모님이 어릴 때 만들어준 통장에 불과한 2030 '부린이(부동산+어린이)'를 위해서 제가 가이드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가끔 서울 시내에 이상한 현수막이 걸려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분명 이 가격에 분양할 수 없는 아파트인데 어떻게 이 가격에 분양을 한다고 하는 거지?' 싶은 현수막인데요.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지역주택조합'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일반분양 대비 훨씬 낮은 가격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낮은 가격이 가능한 건 건설사나 시행사가 아닌 수요자들이 직접 자금을 모아 땅을 산 후, 시공사 선정을 거쳐 아파트를 건축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지역 조합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인근 토지를 사들이기 때문에 별도의 금융비용이 없고, 시공사와 도급계약을 맺어 원가도 낮아집니다. 게다가 일반적 정비사업과 달리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없어 수익성도 높습니다.


가입 조건은 조합인가 신청일 기준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계속 거주해온 무주택 세대주뿐만 아니라 전용면적 85㎡ 이하의 1주택자입니다. 청약통장도 필요 없습니다. 무주택자 위주로 청약제도가 개편되면서 새 집으로의 이사를 꿈꾸기 어려워진 1주택자에게는 좋은 조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수익을 위해서는 고위험이 따른다'(High Risk, High Return)는 말이 있죠. 이렇게 고수익을 추구하다 고위험의 덫에 걸렸던 유명 인사가 있습니다. 바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입니다.

▲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서울 흑석9구역 상가건물을 소유한 김 전 대변인에게는 슬픈 부동산 '실패기'가 있습니다. 바로 1990년대 중반 한남동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자격을 구입한 것입니다. 당시 일간지 기자였던 김 전 대변인은 선배의 조언을 믿고 프리미엄까지 주면서 자격을 구입했습니다. 이후 납부금을 내느라 빚까지 얻었다고 합니다. 해당 부지에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조합의 계획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 지역은 고도 제한 지역이어서 고층 아파트 허가가 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조합은 해산되고 김 전 대변인은 사실상 전 재산이었던 1억원이 넘는 돈을 한 번에 날리게 됐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는 사업장일지라도 지역주택조합을 가입한다는 것은 자연스레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일입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 계획이 승인받기 위해서는 해당 부지의 토지 중 95%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원활히 진행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기존 거주자들의 반대에 부닥치거나 사업성 등 여러 이유로 소유권 확보가 지연된다면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각종 비용들이 증가하게 됩니다. 자연스레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게 됩니다.


추가 비용뿐만 아니라 이미 투자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이 꽁꽁 묶인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조합원 자격 유지를 위해서는 입주 직전에 이뤄지는 사용검사 전까지 무주택 또는 전용 85㎡ 이하 주택 보유 조건을 유지해야 합니다. 때문에 한번 발이 묶이면 이제껏 투입한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곤 하죠. 조합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업 지연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자주 생기게 되고, 조합장의 업무 태만이 빚어져 조합장이 배임 혐의로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는 사례가 자주 보도되고는 합니다.


2014년 시작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지역주택사업이 끝내 무산되며 조합원들의 투자금 200억원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지난 2월 사업이 무산되며 슬럼화된 하월곡동 일대 모습. (사진=이승진 기자)

2014년 시작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지역주택사업이 끝내 무산되며 조합원들의 투자금 200억원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지난 2월 사업이 무산되며 슬럼화된 하월곡동 일대 모습. (사진=이승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모든 지역주택조합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현재 지어지고 있는 '보라매자이'는 지역주택조합 성공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2015년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동작트인시아지역주택조합이 공급하는 아파트로 전체 토지의 65% 가량을 교회로부터 일괄 매입해 2017년 사업승인을 받고 지난해 착공까지 연이어 빠르게 성공했습니다. 성공 사례도 있는 만큼 잘 따져서 가입한다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죠.


그런 만큼 사업의 진척 단계를 잘 따져서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리스크만을 안고 조합에 가입해야 합니다.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모집은 크게 3단계입니다. 우선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건설 예정 가구 수의 50% 이상을 조합원으로 모집하고 해당 부지의 80% 이상 사용권한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단계 이전까지는 3000만~4000만원 수준의 가입비로 조합원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높은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가장 높은 수익도 가질 수 있죠.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후에 가입하게 되면 '2차' 조합원이 되고, 또 해당 부지 내 토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했을 때 가능한 사업계획 승인 이후 가입자는 '3차' 조합원이 됩니다. 차수가 높아질수록 자연스레 부담해야 하는 분양가는 높아집니다. 대신 사업에 성공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죠. 사업계획 승인까지 이뤄지면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은 적어집니다. 점차 리스크가 적어지는 대신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 중 입주까지 마친 조합은 20%를 조금 넘긴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조합에 가입하면 책임도 함께 나눠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본 후 가입해야 합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