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지의 현주소…국산은 ㎏당 20만원선, 태국산은 1만2000원
"원료 수급부터 난항"…수요 감소·가공 비용 등 영향
공급량 줄어 수입산 의존도 심화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 껍질을 손질해 세척하는 모습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 껍질을 손질해 세척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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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산업지원센터 내 전시장에 마련된 닥나무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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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전주=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김흥순 기자] 한지산업이 위축된 데는 소비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우리 고유의 재료로 쓰던 닥나무 수급이 어려워진 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재배하는 곳이 줄어든 데다 기초 재료를 가공하는 비용 등의 부담으로 국산 닥나무 공급량이 줄면서 수입산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한지산업지원센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지 생산에 필요한 닥나무는 연간 847t 정도인데 이 가운데 국산 닥나무는 230t 정도로 추산된다. 나머지 4분의 3가량 부족한 물량은 태국이나 베트남, 라오스 등 해외에서 껍질을 벗긴 1차 가공물 형태로 수입해 채운다.

업계에 따르면 국산 닥나무 가공품의 경우 ㎏당 20만원 선으로 추정되는 반면 태국산은 1만2000원으로 16배 정도 차이가 난다. 닥나무를 가공해 한지를 생산하는 공장이나 공방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 탓에 국산 닥나무를 쓸 엄두를 못 낼 정도다. 국산 닥나무는 고가로 판매가 가능한 문화재 복원용이나 복본(원본을 베낀 문서), 정부의 훈·포장용 등 일부 제한된 용도에만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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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나무 수급이 어려워진 건 기후 변화 등에 따라 없어진 것도 있지만 중간상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 타산이 맞지 않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센터가 닥나무 생산 현황을 파악한 결과 수요 감소·가격 하락 등으로 닥나무를 생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45%가량이었으며 나무가 말라죽는 등 고사로 인한 게 34%였다.

수입 닥나무는 방부제 등 화학물질이 포함돼 한지 고유의 강도나 보존력을 유지하는 데도 좋지 않다. 박성만 동양한지 대표는 "조선 시대 한지에 그린 어진(임금의 초상화)은 500년이 넘도록 원형을 보존하는데, 지금 수입산 닥나무로 만든 종이에 대통령 초상화를 그린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을 정도"라며 "후대에 '21세기 한지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계승한 것이냐'라고 비판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지문화를 널리 알리고 산업으로서 선순환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원료 수급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진희 한지개발원 이사장은 "한지공장에서 원료로 쓰기 위해서는 닥나무 껍질(닥피)을 가공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 수급이 원활치 못하다"며 "고령자 일자리 확보 차원에서라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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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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