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1094대 설치…대부분 점자블록도 없이 ‘덩그러니’
독립보행 장애인들 “시설물 있는지도 몰라…전수조사 해야”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광주지역에서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독립보행을 위해 횡단보도 등에 설치된 ‘음향신호기’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
음향신호기가 있어도 시각장애인에게 이곳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는 시설물이 없어서다.
11일 광주광역시와 광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광주지역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는 총 1094대가 설치돼 있다.
이 음향신호기는 교차로 등에서 길을 건너려는 시각장애인이 버튼을 누르면 현재 교통신호 상태 등을 음성을 통해 안내해주는 역할을 한다.
광주시는 매년 초 시각장애인연합회에 공문을 보내 음향신호기 설치가 필요한 곳을 접수 받고 있으며 택지개발, 주거지역 변경, 교통흐름 등 시각장애인의 동선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매년 실태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접수된 지역은 경찰과 연계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경찰청의 ‘음향신호기 규격서’ 기준에 따라 설치된다.
경찰청의 음향신호기 설치 규격서에는 ▲시각장애인 밀집 지역 ▲시각장애인 영구임대주택지역 ▲사회복지시설 등 이용시설 주변 ▲직장·교육기관 주변 ▲역·터미널 주변 ▲지자체 청사 등 공공기관 주변 등에 우선 설치한다고 규정돼 있다.
문제는 이 기기가 설치된다 하더라도 시각장애인들이 신호기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독립보행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의지하는 점자블록이 음향신호기 위치를 안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를 설치할 때 점자블록을 함께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조차 없어 장애인들에 배려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광주시는 시각장애인들이 음향신호기를 원격 이용할 수 있는 리모컨을 가지고 다닌다고 해명하지만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전수조사를 실시해 시각장애인들이 더욱 실질적으로 음향시설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봐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시설물인데 점자블록이나 이를 알려주는 시설도 없이 음향신호기가 설치된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음향신호기 위치를 안내하는 시설물이 없다면 시각장애인들은 이 시설물에 접근조차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음향신호기를 설치할 때 점자블록도 함께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각 주관 부서가 달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점자블록과 음향신호기가 없는 곳을 중심으로 조사를 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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