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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본 한일갈등]"한국 직원 뽑아주는 곳이 없어요"…유학생의 한탄

최종수정 2019.10.04 13:53 기사입력 2019.10.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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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在日 한국인의 고민과 불안
인력 부족에 韓 구직자 채용 늘리던 日 기업들 "당장 체감피해 없지만…언제든 차질 불안감"
양국 관계악화에 日 취업시장까지 '불안장막' 드리워
"日금융제재 등 추가 조치 않을 것으로 예상"…여론 눈치에 공동 사업 '쉬쉬'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정부가 지난 7월1일 한국의 첨단산업을 타깃으로 한 경제보복의 포문을 연 지 지난 1일로 3개월을 맞았다. 강 대 강으로 맞붙은 한일 갈등은 이제 경제 전면전을 넘어 반일, 혐한의 장기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깊어진 갈등이 어디로 향할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시아경제신문은 총 6회(매주 화ㆍ금 게재)에 걸쳐 일본 현지 취재,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한일 관계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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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ㆍ시모노세키(일본) =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지난해까지만해도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놓으면 일본 기업들이 먼저 연락해서 취업설명회를 들어보라고 제안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개별 기업에 직접 이력서를 내도 뽑아주는 곳이 없어요."


일본 대학을 졸업한 뒤 후쿠오카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20대 한국인 천모씨는 지난달 말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에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일본어에 능통한 그는 한국과의 사업이 활발한 무역ㆍ관광 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3~25일 일본 도쿄와 시모노세키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본 기업들이 한국인 채용을 줄이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일 교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본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인 채용에 적극적이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일본 내 한국인 근로자 수는 6만2516명으로 4년 전보다 68%가량 증가했다.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일본 기업들이 언어ㆍIT 등 업무 능력이 뛰어난 한국인 채용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 악화로 고용 유인이 줄어들면서 한국 구직자들의 현지 기업 취업문이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 일본의 한 금융사에 취직한 한국인 이모씨는 "최근 회사에서 면담을 했는데 '국적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느냐'며 신경을 쓰더라. 아무래도 한일 갈등을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일본 기업들은 상황이 길어지면 굳이 한국인을 뽑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 등이 진행하는 글로벌 일자리대전도 9월 개최하려던 계획을 바꿔 11월로 미룬 상태다. 상반기에도 한 차례 진행된 이 행사에서 참가 기업 중 일본 기업은 62.5%를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미국ㆍ유럽ㆍ아세안 등 다른 국가의 비중을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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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타격보다는 불확실성 확대가 걱정= 지난 7월1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 부품 등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 발표 이후 3개월이 지난 뒤 일본 도쿄 중심가에서 만난 현지 소식통은 "한일 양국이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서로를 제외했다고 해서 당장 기업들이 체감하는 피해는 미미하다"면서 "다만 언제든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기업 여건이 많이 악화됐지만 이는 한일 관계 때문이라기보다는 미ㆍ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탓이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 정부 통계에서도 한일 관계 악화가 양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지만 대일 수출 감소는 5.9%에 그쳤다. 오히려 대 중국 수출이 21.8%나 줄어 큰 영향을 미쳤다. 산업부는 "3개 품목 수출 규제가 실제 생산 차질로 연결된 사례가 없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화이트리스트 제도와는 상관없이 특별일반포괄허가를 허용하는 일본의 자율준수(CP)기업제도를 이용하는 기업도 사실상 '제로(0)'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한국 기업들이 겪고 있는 타격은 적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피해는 일부 관광지와 한국 거래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 집중돼 있다고 현지의 한 한국 전문가는 설명했다. 그는 "한국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은 피해를 보고 있지만 기업 수가 적다보니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면서 "한국 관광객 감소에 대해서도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 "日 추가 조치 없겠지만 여론에 눈치보여"= 일본에서 만난 양국 관계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금융 제재 등의 추가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소식통은 "최근 일본의 한 메가뱅크 관계자를 만났는데 한국 기업들의 여신 상황이 좋아 자금을 회수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면서 "자금 회수는 기업 신용이 떨어질 때 하는 거지, 정치적 문제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또 산업적 측면에서 일본이 제작하는 고가의 고품질 부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국가가 한국 외에 몇 안 된다는 점이 추가 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양국 기업들은 현 상황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정부와 여론을 의식해 개별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간접적 방식으로나마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달 25일 한일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치ㆍ외교 관계가 양국 기업 협력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강구되길 강력히 요망한다"는 공동성명을 낸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양국 정부와 여론이 악화하면서 심리적으로는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기업의 현지 지사 관계자는 지난 7월 이후 양국 기업 간 계약이 여러 건 성사됐지만 해당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본에 진출한 한 한국 금융사의 경우 최근 일본 기업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발표로 대대적인 마케팅은 접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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