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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섹시하게 대응하자" 정치인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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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지난주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진행된 유엔 총회 일반토의 기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보다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는 바로 38세의 차세대 정치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었다.


이른바 '포스트 아베' 후보 가운데 선두를 달리는 '라이징 스타'인 데다 새 내각의 최연소 관료라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도는 남달랐다. 일본에서는 그가 먹은 음식부터 발언 하나하나까지 연일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국제무대 데뷔전은 "섹시하게 기후 변화에 대응하자"는 뜻 모를 발언 하나로 도마 위에 올랐다. 섹시하게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는 게 과연 무슨 의미일까.

통상 정치를 언어의 게임이라고 한다. 그만큼 '정치인의 언어'는 중요하다. 사유의 결과물이자 등가물이라는 점에서다. 고이즈미 환경상의 발언은 눈에 띄는 한 마디로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정치인의 언어로서는 어쩌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짊어진 그의 직책을 감안했을 때는 '참을 수 없는' 발언의 가벼움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그의 언어에 환경상으로서의 콘텐츠가 담겼느냐다. 관료의 언어는 콘텐츠 측면에서 더욱 무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환경상에게 '섹시'의 의미를 묻는 외신들의 질문이 쏟아진 까닭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일본 정부를 대표해 유엔 총회에 참석한 그는 당시 영어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화석연료 사용에 대해 "줄일 것"이라고만 답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몇 초간 침묵을 지켰다.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기후체제(파리기후변화협정)를 코앞에 두고도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을 계획 중인 일본으로선 할 말이 없던 것일까.

그런 그가 유엔 총회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연설자로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지도자들을 거세게 꾸짖은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꼽았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다"며 답변을 얼버무린 고이즈미 환경상에게서 향후 기후 변화 해법을 찾을 수 있던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콘텐츠가 담기지 않은 정치인의 언어는 결코 거품 이상이 될 수 없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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