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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586의 조국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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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586의 조국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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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감기, 조국 몸살


이젠 조국 피로도를 몹시 걱정해야 할 때다. 사람들은 조국 후보자와 조국 장관 뉴스더미에 깔리고 늪에 빠져 이미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검찰 수사가 지체된다 싶으면 불같이 화를 내고 연관 뉴스를 닥치는 대로 깨부수고 다닌다. 인터넷 댓글이며 각종 커뮤니티, 개인 미디어들은 삽시간에 쌍욕과 증오, 혐오 언어와 이미지로 들어찬다. 조국 콘텐츠 폐인, 조국 사건 좀비가 날로 늘어나고 과격해지고 있다.

문제는 그로 인한 스트레스, 집착, 중독, 언어 등 폭력적 성향 발로, 불신, 맹신, 갈등, 대립, 불안과 불행감이 결정적 임계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조국 질병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위중한 것은 꼰대라고 욕먹는 586 세대의 조국 질환이다.

586의 조국 질환 첫째 특질은 투쟁 과잉이다. 젊은 날, 86세대 모두는 독재와 맞서 싸워야 했던 의병 집단에 속했었다. 청춘을 살자니 겨레가 죽고, 겨레를 살리자니 청춘이 죽는구나 하고 찬 소주를 붓던 낭만주의 홍위병들이었다. 오직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민주주의 전선에서 청춘들의 일상은 바람의 파이터였다. 당시 대학이 양극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국가고시 준비하는 한쪽 극단도 사실은 저항의 수단으로서 관료나 공기업을 택한 면도 있다. 도서관 앞 광장에는 너무도 명징한 반독재, 반파쇼를 퇴치하는 진격의 청춘들로만 가득했었다.


그러다 보니 투쟁 일변도로 숨 막혀갔던 정신세계가 대화의 기술, 협상의 예술, 소통과 화해의 능력에 심대한 결함을 낳고 말았다. '느그 민주당', '느그 자한당'부터 시작해서, '대깨문', '틀딱' 등 훨씬 더 격하고 거친 은어들이 뉴스 아랫도리를 지배하게 되었다. 특히나 586 장년 세대들로 보이는 지식수준 높고 경험치 생생한 댓글과 각종 게시 글 종류는 치고받고 엉겨 붙는 난장 싸움판으로 변질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성마른 세대가 된 586의 조국 질환은 트라우마와도 곧장 연결된다. 1987년 대선 참패가 원죄였다. 김영삼 김대중 야권 단일화가 무산된 과정과 결과는 정치 서커스 잔혹사로 남아 엄청난 무력감과 좌절, 상흔을 남겼다. 이후 대부분의 586은 자신의 생업과 앞가림에 진력하며 살아왔지만 보느니 분열이고 듣느니 극한 선택인 관계로 막장 정치 드라마, 전쟁 도발 서커스에 진저리쳐왔다. 한껏 심약해진 586에 논두렁 시계 악몽과 국정 농단 탄핵의 그늘까지 되짚게 한 이번 조국 사태는 대형 트라우마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더 세게 반발하고 더 악랄하게 비난하는 것도 그만큼 깊게 팬 청, 중년기 트라우마 때문임이 분명하다.

더 지독한 조국 질환은 콤플렉스다. 일본 제국주의 콤플렉스가 유독 묵직한 대상도 한국의 586이다. <반일 종족주의> 이영훈 교수 파장과 연세대 유석춘 교수의 위안부 망언이나 '토착 왜구'라는 표현들은 넓게 보면 식민지 잔재와 선진국 콤플렉스 꼴이다. 위안부 역사에 빌붙은 이들 괴짜 지식인들은 셀럽 콤플렉스 덩어리로밖에 안 보인다. 폴리페서도 아닌 엔터페서(엔터테인먼트 프로페서)쯤 되는. 엔터페서들도 문제지만 부화뇌동 당하는 586에 자체에 서구화, 근대화에 울먹였던 콤플렉스가 깔려있다. 조국 장관 부부 역시도 로컬 무시, 글로벌 숭상, 국민 깔봄으로 치닫는 상류사회 콤플렉스의 화신으로 지금 등극하고 있다.


조국 질환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586 주니어들을 옥죄는 피터팬 증후군이 아닐까 한다. 성인이 되어도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이번에 확인한 조국 질환 합병증이기도 하다. 문화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용 질병(cost disease)에 해당한다. 586 부모의 극성맞음이 무제한 비용으로 자녀 세대를 건사해왔으니 그에 따른 보상 심리가 초법적 형태로 나타나는 형국이다. 나이 서른이 되도록 자립은 멀고 달게만 살아왔으니 586 시니어들의 비용 질병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그 모든 조국 질환을 웃도는 것은 단연 조국 부부 자신의 억압과 굴레이다. 586 아재 노땅 꼴통 꼰대에 속한 그들에게서 투쟁의 성마름, 트라우마와 콤플렉스, 비용 질병을 이리도 적나라하게 낱낱이 보아야 하는 현실이 이젠 너무 부대낀다. 모두가 속히 벗어났으면 한다. 내년이면 70년대 생, 90년대 학번이 어느덧 50줄로 들어오니까 그렇게 말도 탈도 많은 586 독무대도 치워야 할 순간이 찾아오고 있질 않은가.


따라서 제일 먼저 조국 장관 본인이 서커스 공중회전 그네에서 내려오길 바란다. 정말 구토가 나올 것만 같이 어지러운 이따위 정치 서커스를 선량한 국민이 왜 계속 마주해야 하는가? 586 인간인 그가 계속되는 서커스 격무와 대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온 국민이 떠안아야 할 조국 질환은 한없이 심해질 것만 같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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