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성폭력에 "사회 성 인지 감수성 둔감 원인"
"성 인지 향상 위한 문화 확산 필요"
2013~2017년 '대학 내 성범죄 가해자' 中 '교수' 72건

최근 한 여대 교수가 여성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여 파면 징계를 받았다/사진=연합뉴스

최근 한 여대 교수가 여성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여 파면 징계를 받았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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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지난해 한 여대 교수 김모 씨가 자신의 SNS와 강의 등에서 "시집가는 게 취직하는 것이다", "김치 여군에게 하이힐을 제공하라", "(세월호 희생자)죽은 딸 팔아 출세했네" 등 여성 혐오 표현 및 과도한 정치적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법원은 이러한 발언을 두고 품위 손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김 씨를 해임 판결했다.


교수의 성폭력, 막말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앞서 지난 6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한 교수도 2015년과 2017년 외국 학회에 동행한 여제자의 신체를 강제로 만지는 등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피해자 김모 씨는 사건 공로화 과정에서 다른 교수에게 "회식 자리에서 있던 일로 유난 떤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 씨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해 "사회의 둔감한 성 인지 감수성 때문에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순천대의 한 교수 역시 부적절한 표현을 한 사실이 알려져 파면 징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물의를 일으킨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를 두고 "끼가 있어서 따라간 것"이라며 비하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그는 또 20대 여성을 축구공에 빗대 "공 하나 놔두면 스물 몇 명이 오간다"라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자신의 학생들을 가리켜 '걸레', '또라이'라고 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말을 해왔다. 2017년 9월 교내에서 문제 제기가 이뤄지자 대학 측은 진상 조사에 착수해 해당 교수를 파면 처분했다.


지난 7월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앞에서 열린 성추행 교수 연구실 '학생공간 선포식' 기자회견/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앞에서 열린 성추행 교수 연구실 '학생공간 선포식' 기자회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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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가에서 교수에게 성희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밝혀지는 등 스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확산하면서 성 인지 감수성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일부 교수에 대해 성 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젠더 문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성 인지 감수성은 일상 속 성별 간 불균형을 인지하는 민감성을 뜻한다. 기준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지만 성범죄 피해자의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한다는 점에서 사건 판단자로서의 공감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민감성은 소외당하거나 차별받는 사람 입장에서 살펴야 생기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학생의 성적과 취업을 쥐고 흔드는 등 '교수'라는 특수한 권력에 성 인지 감수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가 제출, 장정숙 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이 발표한 '학내 성범죄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3~2017년 국내 196개 대학 중 106곳에서 총 320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피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성희롱이 167건(52.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추행 133건(41.6%), 성추행 133건(41.6%), 성폭력 20건(6.3%) 순으로 조사됐다.


또 학내 성범죄 가해자 유형별로는 교수(교원) 72건, 조교 1건, 강사 9건, 직원 24건, 학생 214건 등으로 나타났다.


장정숙 의원은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하는 사회적인 여건 변화 속에서 그동안 감춰져 왔던 학내 성범죄들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은밀히 자행되온 캠퍼스 내 각종 성범죄를 저지른 부도덕한 가해자를 퇴출하고 이에 상응한 응분의 법적 처분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제출한 '학내 성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3~2017년 사이 국내 106곳 대학에서 총 320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제출한 '학내 성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3~2017년 사이 국내 106곳 대학에서 총 320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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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성 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를 가하는 사안에 대해 우리 사회의 성 인지 감수성이 둔감한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노정민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대표는 "그동안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불이익을 염려해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서 "학교 측 역시 중대 결정 사안이 아닌 이상 조심스러워 쉬쉬해온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문제는 학교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도 만연했다"며 "특히 성희롱이나 폭언 등 '말'로 인한 폭력에는 피해 정도가 약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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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표는 "성 인지 감수성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소양이다"라면서 "인권이나 성 인지 감수성 등에 대한 사안이 제기될 때마다 본인 스스로 의식을 갖고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체계 안에서 이같은 사안을 지속적으로 다루고 성 인지 향상을 위한 문화가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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