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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오키나와 지배한 왕조국가 류큐국, 일본과 다른 신화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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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오키나와 지배한 왕조국가 류큐국, 일본과 다른 신화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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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류큐(琉球)국 중산왕이 사신을 보내어 조회하였다."


조선왕조실록 태조 1년(1392년)에 나오는 내용이다. 류큐국은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를 지배한 왕조 국가다. 오키나와는 지금 일본 땅이지만 류큐 왕조 시대에는 엄연히 다른 나라였다. 중산은 류큐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류큐는 중산, 남산, 북산이 대립하던 삼산 시대를 거쳐 중산으로 통일됐다. 1422년이었다.

류큐는 16세기 중반부터 세력이 약해졌고 1609년 일본의 침략을 받고 조공국이 됐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류큐에 도움을 청했으나 류큐는 이를 거절했다. 이는 임진왜란 후 일본이 류큐를 침략한 빌미가 됐다. 1609년을 기준으로 고 류큐와 근세 류큐로 나뉜다.


일본은 류큐국을 점령했지만 류큐 왕조를 그대로 뒀다. 임진왜란으로 틀어진 명과의 관계를 류큐를 통해 풀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근세 류큐는 중국과 일본을 모두 상국으로 뒀다. 이른바 양속기다. 근세 류큐는 일본에 동화되는 한편 일본에 반발해 친중국화되려는 경향이 동시에 나타났다. 류큐는 메이지유신 후 일본에 복속된다. 메이지 정부는 류큐 국왕을 류큐 번왕으로 격하시켰고 1879년 아예 류큐번을 없애고 오키나와현을 설치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현을 다른 현과 차별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오키나와는 미 군정 지배에 있다 1972년 일본에 반환됐다. 이 같은 역사를 알면 오늘날 오키나와현이 왜 일본 중앙 정부와 주일미군 기지를 두고 갈등을 빚는지 이해하기가 쉽다. 현재 일본 미군 시설의 절반 이상이 오키나와에 있다.


태조 실록 1년에서 알 수 있듯 류큐는 되레 조선과 가깝게 지낸 때가 많았다. 세종실록에는 류큐가 배를 조공했다는 기록이 있고 신숙주는 '해동제국기'에 류큐국기를 남겼다.


'신화로 읽는 류큐 왕국'은 우리가 잘 모르는 오키나와에 대한 종합 인문서다. 오키나와가 일본인데 일본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오키나와는 실제 일본과 거리를 두고 있다. 오키나와에는 오키나와 은행과 류큐 은행이 공존하며, 오키나와 타임스와 류큐신보가 두 거대 일간지로 자리 잡고 있다. 오키나와의 국립대학은 오키나와대학이 아니라 류큐대학이다.


저자 정진희는 중심-주변이라는 틀에 입각해 동아시아의 구도를 설명하는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그는 논문을 통해 한반도 왕조 국가의 주변부였던 제주도의 신화를 살폈다. 그의 고향이 제주도다. 한반도 왕조 국가와 제주도를 중심-주변이라는 틀에 맞춘 것이다.


논문에서 류큐 왕조의 주변부인 미야코지마를 제주도와 비슷한 주변부화를 겪은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논문의 핵심이 주변부의 신화였기 때문에 학위논문에서 미야코지마가 주로 다뤄지고 류큐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저자는 박사 학위 논문이 본편이고 이 책은 외전이라고 했다. 또 제주 신화를 연구하다 오키나와라는 샛길로 빠졌다고 덧붙인다.


제목에 신화를 넣은 이유는 애초 연구하던 주제가 제주 신화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책에는 류큐 왕조에 대한 다양한 신화들이 나온다. 저자에게 신화란 세계관의 반영이며 따라서 결코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류큐와 관련된 신화보다 더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내용들은 오키나와에 남아있는 류큐 문화와 유적에 대한 내용들이다. 저자는 앞에서 류큐의 역사를 간략히 살핀 뒤 나머지 전부를 류큐의 옛 문화와 신화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 류큐의 정치적 중심지는 우라소에시였다. 저자는 이 우라소에시의 이소공원에 있는 노래비로부터 본문을 시작한다.


오키나와 여행 계획이 있는 사람이 이 책을 들고 저자의 흔적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문화유산답사기로도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오키나와에 대해 이토록 방대한 내용을 다룬 책이 일본에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만큼 오키나와에 대한 모든 내용이 담겼다.


저자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 책을 썼다. 학술 연구서임을 감안해야 했기에 글이 좀 딱딱해졌지만 애초 의도는 류큐에 대한 교양서를 쓸 생각이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정진희 지음/푸른역사)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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